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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판결 뒤집은 대법원 “알코올 농도 상승기라고 무조건 무죄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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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판결 뒤집은 대법원 “알코올 농도 상승기라고 무조건 무죄아냐”

입력
2019.08.07 15:21
수정
2019.08.07 21:3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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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비친세상)’상승기’ 음주 측정 무죄라는 1,2심 판단 뒤집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50대 변호사 A씨는 2017년 3월 자정께 술을 마시고 차량을 운행하다가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경찰이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059%. 일명 ‘윤창호법’(0.03%부터 적발) 시행 전이었던 당시 면허정지 기준인 0.05%보다 0.009%포인트 높은 수치였다.

문제는 A씨가 음주 측정을 한 시각이 술을 마신 시점에서 17분이 지난 후라는 점이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저녁 11시10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 11시38분 술집에서 카드결제를 하고 나온 뒤 11시45분~11시50분 사이 단속 나온 경찰관의 음주감응기에 적발됐다. 이후 차량을 도로변에 세우고 생수로 입안을 헹군 뒤 호흡측정기를 불어 음주 측정을 한 시각은 11시55분이었다.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으로 계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는 사람의 체중 등에 따라 음주 후 30분에서 90분 사이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 시간당 평균 0.015%씩 감소한다. 이런 까닭에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측정한 수치는 정확한 것으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무죄라는 주장을 폈다.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음주운전 측정을 했고, 실제로 운전대를 잡았을 시점에는 기준치 이하가 나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박구원 기자
박구원 기자

하급심(1ㆍ2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도로교통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감정관이 “A씨가 당시 상승기에 있었다면 약 5분 사이에도 혈중알콜농도가 0.009% 넘게 상승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그 확률은 A씨 정도 체격의 성인 남성의 경우 50% 정도로 볼 수 있다”고 증언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실제 운전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도로교통법 처벌기준인 0.05%보다 낮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7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우선 “운전 종료 시점부터 불과 5~10분 후 음주측정이 이루어졌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결과를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지체 없이 음주측정을 한 이상 해당 수치를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음주측정을 한 경찰관이 1심 재판에서 “A씨의 혈색이 약간 붉은 편이었고 취기가 좀 있어 보이는 상태였으며, 음주측정에 관한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증언한 것도 유죄로 판단해야 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하급심에서 핵심 증거로 삼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증언에 대해선 “업무경험 등에 기초한 추측성 진술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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