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9일 “국제금융(불안)이 국내로 전이되거나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금융시장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려는 의도인 셈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일본 경제보복 확대 와중에서 국내 금융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불안과 동조해 지난주 주식 채권 통화 등 전 부문에서 격렬하게 요동했다. 인사청문회 등 월말까지 이어질 금융위원장 교체기의 금융불안 관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지난주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와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에 따른 ‘블랙먼데이’로 출발해 내내 급락세를 겪었다. 그 결과 코스피 지수는 6월말부터 7일까지 한 달여 간 10.4% 하락했다. 이는 무역전쟁 당사국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하락폭 7.1%는 물론, 주요 선진ㆍ신흥 14개국 증시 중 가장 큰 낙폭이다. 달러 대비 5.0% 절하한 원화 가치 하락폭도 중국을 포함한 비교국 중 아르헨티나 페소(-6.6%)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6.3%)를 제외하곤 가장 낙폭이 컸다.
글로벌 금융 불안의 국내 전이가 문제가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 불안의 중심이 된 양상이다. 문제는 불안의 지속 가능성이다. 특히 증시 약세와 동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화 약세가 문제다. 증시 분석에 따르면 증시와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달러 당 최고 1,250원대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 경우, 외국인의 원화 약세 베팅과 증시 매도세가 악재의 악순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일 “(증시)공매도 규제 강화를 언제든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 보복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을 일축했던 당초와 달리, 외국인 공매도가 급증하자 적극 ‘행동’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증시와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금값 급등 등 국내 자금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도 두드러질 정도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만큼 구두 개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당국은 금융위원장 교체기를 틈타 불안이 증폭되지 않도록 기민한 정책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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