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제주법원 주위에는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식 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과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방청권을 배부 받기 위해 고씨의 재판이 이뤄지는 2층 201호 법정 앞부터 1층 제주지법 후문 입구까지 길게 줄을 선 채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지법은 고유정 사건 재판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 제주지법 사상 처음으로 방청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일반 방청객은 방청권 소지자만 재판 방청이 허용되기 때문에, 피해자 가족과 변호인 등 소송관계인과 취재진에게 미리 배정된 좌석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를 놓고 일부 시민들은 새벽 5시30분부터 법원을 찾는 등 방청권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방청권이 제한돼 있어 상당수 시민들은 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발을 돌려야 했고, 일부 시민들은 법원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의 부모와 남동생 등 유족들도 참석했다. 유족들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고씨에 대한 분노감을 감추지 않았다.
피해자의 남동생은 “고씨가 계속 우발적 범행을 주장한다면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법원에서 극형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씨는 앞서 지난달 23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날 열린 정식 재판에는 출석할 의무가 있어 고씨는 이날 수감번호 38번이 쓰인 연두색 죄수복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고씨는 지난 5월25일 제주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살인과 시신 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 하자 저항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검찰은 고씨가 범행 이전에 졸피뎀을 비롯해 각종 범행도구를 미리 구입한 점, 범행 관련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점 등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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