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관련 대가성 없다” 기각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자신의 항소심 판결 법정에 드디어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 재판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된 김 전 기획관은 아홉 차례나 이어진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배준현)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방조 혐의는 무죄, 국고손실방조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특별사업비를 받은 것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 있다거나 대가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국정원 자금 보유자로 볼 수 없는 김 전 기획관에게는 국고손실 방조가 아닌 단순 횡령 방조죄를 적용해야 하나, 그럴 경우 이미 공소시효 7년을 지났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 전 기획관은 건강상 이유로 자신에 대한 선고 기일에도 나오지 않았고, 이 전 대통령 재판에도 구인장은 물론, 과태료까지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 선 김 전 기획관은 잦은 불출석 이유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건강이 안 좋아서 멀리 가서 요양하려 했는데 그게 잘 안돼서 시간이 좀 걸렸다”고 대답했다. 선고 뒤 취재진들로부터 “건강은 어떤가” “이 전 대통령 재판에는 나올 생각인가”는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으로 40여년간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김성호 전 국정원장, 2010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 특활비를 뇌물로 받는 것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국정원장들은 이 전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청와대의 통상적 예산지원 요청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국고손실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해 5월 건강상 이유로 보석 결정을 받고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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