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행정소송 1심 판결 앞두고 이례적 입장 표명
방송통신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에 불복해 페이스북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페이스북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입장 표명에 나섰다. 이번 판결에 따라 그 동안 논란이 됐던 해외와 국내 인터넷 사업자간 역차별 문제와 망사용료 문제 등이 어느 정도 판가름 나는 만큼, 해외 콘텐츠 제공자(CP) 대표격인 페이스북이 총대를 멨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 한국ㆍ일본 대외정책 총괄을 맡고 있는 박대성 부사장은 13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준비 중인 ‘망사용료 가이드라인’이 과도한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송까지 초래한 문제의 시작은 2016년 정부가 발표한 ‘상호접속고시’였다. 당초 페이스북은 KT에만 캐시서버를 두고 KT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대신 데이터를 보내주던 방식을 취했다. 캐시서버는 이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가까운 위치에 저장해두기 위해 설치하는 일종의 보조 서버다. 그런데 통신사들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만큼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상호접속고시가 발표되자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개별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페이스북은 홍콩의 본 서버에서 KT를 경유해 제공되던 두 통신사의 접속망 일부를 다시 홍콩으로 돌렸다. 이 때문에 기존 홍콩 망을 사용하던 SK브로드밴드 이용자들까지 접속장애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지난해 4억여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 불편이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라는 입장이다. 박 부사장은 “방통위는 우리가 통신사와의 망사용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일부러 사용자 불편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며 “페이스북 접속이 안 되면 결국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 잃는 게 훨씬 많은데, 고의적으로 그랬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접속망을 해외로 돌려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진행된 일이었다는 해명이다. 이에 대해 국내 통신사들은 피해가 발생할 것을 페이스북이 몰랐을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당시 홍콩 망에 여유가 별로 없는 상황이란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부사장은 통신사들과의 망사용료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페이스북이 구글 등과 달리 망사용료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SK브로드밴드와는 올해 초 협상이 마무리돼 망사용료를 납부하고 있고, KT 재계약과 LG유플러스와의 협상은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사업자 사이에서 끝내야 할 일이 결국 규제 이슈로 넘어가면서 일이 길어졌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 사고 등을 계기로 망사용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22일로 예정된 1심에서 재판부가 방통위의 손을 들어주면 그 영향은 페이스북을 넘어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 등 해외 CP들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됐을 때, 그 책임이 통신사를 넘어 CP에게도 있다는 판례가 만들어지면 해외 사업자들의 망사용료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에서 같은 요구를 해올 경우를 생각하면 페이스북으로선 결코 반갑지 않은 결과다. 4억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과징금에도 페이스북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이유다. 박 부사장은 “(그런 판결이 나오면) 콘텐츠뿐 아니라 통신의 질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큰 CP 기업뿐 아니라 콘텐츠 스타트업들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IT강국으로서 한국이라는 투자 시장에 대해서도 대외적으로 안 좋은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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