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1 대학 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 발표
정원감축, 대학 자율에… 지방ㆍ전문대 “고사” 우려도
정부가 2021년부터 대학 정원 감축을 각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모든 대학을 한꺼번에 평가해 입학 정원을 강제로 줄여왔던 구조조정 방침을 중도 폐기하기로 한 것이다. 일률적인 평가로 정원을 줄이는 대신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부실 대학들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재정지원을 무기로 정부가 대학에 정원을 줄이도록 압박할 소지가 큰데다, 일부 지방대들은 ‘시장 논리’에 따라 고사(枯死)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14일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 기본 역량진단과 비교해 대학들의 신입생 및 재학생 충원율 배점을 강화한 게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교육부는 2021년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 배점을 전체의 20%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13.3% 수준이던 2018년과 비교하면 약 1.5배 배점을 높인 것이다. 기본역량진단에 따라 재정지원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이 비중을 높이면 대학들은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입학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류장수(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그 동안 (진단 과정에서) 정부의 기능을 너무 강화해왔다”며 “충원율이야말로 시장에서 (대학을)정확히 보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2014년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 정원을 10년 간 16만명을 줄이겠다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은 사실상 폐기됐다. 불과 5년 뒤인 2024년 올해 입학정원(49만7,000명)보다 대학 신입생이 12만4,000명이나 부족해질 것이란 예측에 과감한 정책적 전환을 시도한 셈이다. 다만 ‘유지 충원율’ 지표를 신설해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는 대학이라도 이후 3년간 일정 수준 학생 충원율을 유지해야 재정 지원을 지속하도록 했다.
진단에 참여할지 여부도 대학 자율에 맡겨진다. 다만 진단 불참 시 재정지원은 받을 수 없다. 재정난으로 정부의 지원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대학들로선 진단에 참여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자율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미참여 대학들도 국가장학금 등 일부 재정지원이 가능해 크게 불리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들과의 학생유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지방대들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일반재정지원대상 대학 선정 시 90%(2018년 당시 50%)를 5개 권역 기준으로 나눠 우선 선정하고 전국 단위로 나머지 10%를 선정하기로 했다. 지방대들이 불리한 전국 단위 선정 비율을 축소한 것이다. 박 차관은 “수도권의 열악한 대학보다 지역의 우수한 대학이 유리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평가는 엇갈린다. 유원준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정원 감축이 평가의 목표였던 앞선 1,2기 역량진단과 달리 대학의 발전 방향을 기대해볼 수 있는 지표가 나왔다”고 긍정평가했다. 반면,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수도권 선호 현상이 분명한 현실에서 불공평한 경쟁을 하라고 내버려두는 꼴”이라며 “학생들의 선택과정에서 수도권 대학에 밀리는 지방대와 전문대 등의 위기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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