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50)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1년 동안 축구 국가대표팀에 새롭게 얼굴을 알린 선수는 ‘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24ㆍ밴쿠버) 등 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쓰는 사람만 쓴다’는 비판도 있지만, 벤투 체제에서 대표팀에 데뷔한 일곱 자원의 발견은 나름의 성과라는 평가다.
지난해 8월 17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5경기와 친선전 11경기 등 모두 16번의 실전을 치렀다. 벤투호는 이 가운데 10승 5무 1패로 ‘지지 않는 축구’를 했지만, 우승까지 노렸던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무기력하게 패하며 메이저대회에서의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 과정에서 축구계 안팎에서는 “과감한 실험 없이 제한된 선수 자원만 활용하는 게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왔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까지 내다봐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본보가 벤투호 출범 1년 동안의 A대표팀 출전 선수들을 분석한 결과, 벤투 감독은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전부터 6월 이란전까지 16경기에서 총 37명의 선수를 활용했다. 이 가운데 성인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선수는 김문환(24ㆍ부산), 김정민(20ㆍ리퍼링), 나상호(23ㆍFC도쿄), 박지수(25ㆍ광저우헝다), 백승호(22ㆍ지로나), 이진현(22ㆍ포항), 황인범 등 7명으로, 그가 기용한 전체 선수의 약 19%였다.
벤투 감독은 공격과 수비의 핵심 선수들은 한 번 믿음을 주면 끝까지 중용했다. 황의조(27ㆍ보르도)와 황인범은 벤투 체제에서 전 경기에 출전했고, 15경기에 출전한 수비수 김영권(29ㆍ감바오사카), 14경기 김민재(24ㆍ베이징궈안)도 눈도장을 찍었다. 부동의 에이스 손흥민(27ㆍ토트넘)의 ‘혹사 논란’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손흥민은 소속팀 일정이 겹쳐 치르지 못한 3차례의 평가전과 아시안컵 초반 2경기를 제외한 11경기에 출전했는데, 이 가운데 9경기를 풀타임 출전하는 등 평균 출전 시간은 무려 89분 16초에 이르렀다. 필드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많이 뛴 것으로, 이동 거리에 따른 피로도 등을 배려하지 못했단 지적을 피할 순 없어 보인다.
하지만 향후 10년간 A대표팀을 드나들며 활약할 새 자원을 발굴한 점은 성과란 평가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한 황인범과 김문환, 나상호가 대표적이다. 특히 황인범은 지난해 10월 파나마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리는 등 16경기를 모두 소화(1,036분)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김문환(8경기ㆍ431분)과 나상호(6경기ㆍ288분)도 벤투 부임 초기부터 꾸준히 신임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6월 이란전) 대표팀에 데뷔한 백승호도 78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향후 기성용의 공백을 메울 중원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제 벤투 사단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기존 자원을 점검하는 한편, 새 얼굴 찾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도 실전에 나서지 못한 9명(구성윤, 송범근, 윤영선, 김보경, 손준호, 김태환, 최철순, 한승규, 조영욱, 이강인)외에 누가 새롭게 발탁될지 주목된다. 벤투 감독은 오는 26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 나설 명단을 발표한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주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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