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어수업
한성우ㆍ설송아 지음
어크로스 발행ㆍ320쪽ㆍ1만5,000원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겠)구나.”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말이다. 평양에서 공수해 온 냉면을 멀리서 왔다고 소개해놓고 아차 싶었던 거다. 멀다고 하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 분단 이후 갈라진 남북한 언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북한 말을 연구해 온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와 평안남도 출신의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 설송아씨는 ‘문화어 수업’에서 한국어와 문화어(북한 표준어)를 비교해 소개한다. 가상의 남북한 교수 가족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 가는 형식이 새롭다. 평양에서도 미안막(마스크팩)을 붙이고, 뺑때바지(스키니진)를 입고, 반짐자동차(스포츠유틸리티차)를 타고, 엠피삼(MP3)으로 노래를 듣고, 망유람(인터넷서핑)도 한다. 걸어 다니는 ‘뚜벅이’는 두 다리의 모양이 숫자 11과 같다고 해서 ‘11호차’로 불린다. 표현은 다를지언정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차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김 위원장 말대로 문화어도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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