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정책과 배치… 국민들 눈높이에 안 맞아”
조국 가족은 사모펀드에 재산보다 많은 74억 출자 약정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의 ‘석연치 않은 투자 이력’을 놓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은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는 동안 사모펀드에 74억5,000만원 출자 약정을 맺었다. 전재산(56억원)보다 많은 액수인 탓에 조 후보자 가족과 투자운용사의 관계, 자금 출처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목동 아파트를 구입하자마자 곧바로 전세를 내줘 ‘갭투자’ 의혹에 휩싸였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강경한 갭투자 억제 정책과 배치되는 행태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경기 과천시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으로 수억원 차익을 냈다.
이들에게 제기된 의혹이 청와대가 규정한 ‘7대 인사 배제 원칙’(병역기피ㆍ세금탈루ㆍ불법적 재산증식ㆍ위장전입ㆍ연구부정ㆍ음주운전ㆍ성 관련 범죄)에 딱 떨어지게 해당하진 않는다. 그러나 고위 공직 후보자로서 국민 눈 높이에 맞는 처신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석연치 않은 의혹은 조 후보자 가족이 2017년 7월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사모펀드)’에 74억5,000만원의 출자 약정을 맺은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자료에 첨부된 출자증서에 따르면, 부인 정모 교수가 67억4,500만원, 학생 신분인 딸(28)과 아들(23)이 3억5,500만원씩을 출자하겠다고 약정했다. 이 사모펀드의 출자 약정금 총액은 100억1,100만원으로, 조 후보자 가족의 약정액이 75%를 차지한다. 실제 조 후보자 가족이 납입한 금액은 10억원 정도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15일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이 된 이후 배우자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적법하게 주식을 처분하고 그 자금으로 펀드 투자를 한 것”이라며 “펀드 출자약정금액은 유동적인 총액 설정으로 계약상 추가 납입 의무가 없고, 계약 당시에 추가 납입 계획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혹은 말끔히 가시지 않는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흔하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해당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의 대표 이모씨는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도 아니고, 해당 펀드는 투자 종목을 정하지 않고 운용사에 믿고 맡기는 ‘블라인드 펀드’다. 조 후보자 가족이 업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이 대표를 전적으로 믿고 재산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는 얘기가 된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운용사가 블라인드 펀드 방식을 택한 것을 보면, 조 후보자 아내가 친분 관계에 의해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모펀드 수익에 대해선 소득세나 배당세만 내고 상속세는 안 내는 것으로 아는데, 만약 수익자를 자녀로 설정했다면 상속세를 덜 내기 위한 목적도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가 펀드 투자에 관여했는지, 투자 대상 기업의 뒷배를 봐줬는지, 학생 신분인 자녀들의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 후보자 부인 정 교수는 인사청문회를 앞둔 지난 11일 종합소득세 2건, 각각 259만원과 330만원을 뒤늦게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교수는 지난달 10일에도 2015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154만원을 뒤늦게 냈다. 조 후보자 측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점검하다 보니 안 낸 세금이 있어서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가 큰딸의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조 후보자는 1999년 취학연령인 큰딸(8)과 자신만 부산 해운대구에서 서울 송파구로 전입했고, 한달 반 만에 다시 부산 해운대구로 옮겼다. 아내와 미취학 연령인 아들(3)은 기존 부산 주소지에 남겨둔 채였다. 다만 조 후보자 측은 인사 배제 기준인 2005년 이후 위장전입 2회 이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정옥 후보자의 ‘목동 아파트’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는 2017년 12월 목동 소재 134.77㎡ 규모의 아파트를 8억7,000만원에 구입하고, 이듬해 2월 서모씨에게 7억5,000만원에 전세를 줬다. 대구 가톨릭대 교수인 이 후보자는 경북 경산에 전세로 거주 중이었고, 대전 유성구 소재 아파트를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인 남편과 공동 소유하고 있었다. 목동 아파트 구입이 실거주 목적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뜻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한 뒤 시세상승에 따른 차익을 얻는 ‘갭투자’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후보자의 목동 아파트와 동일한 규모의 아파트는 지난 6월 11억1,000만원(실거래가)에 거래된 바 있다. 투자금 1억2,000만원(구매가에서 전세보증금을 뺀 금액)으로 2억4,000만원(6월 거래가에서 구매가를 뺀 금액)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 후보자가 목동 아파트를 구입한 시기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갭투자는 집을 투기수단으로 보는 신종수법으로 앞으로는 지금처럼 자유롭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갭투기와의 전쟁’을 선포(2017년 8월)한 이후다.
이 후보자 측은 “부부의 정년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퇴직 후 서울에 거주하는 자녀와 함께 살려고 구매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굳이 갭 투자 요건(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낮고 시세가 오를 만한 지역)을 갖춘 목동에서 아파트를 구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해명이 되지 않는다. 이 후보자 딸은 현재 서울 연희동에 살고 있다.
김현수 후보자가 조합원 자격으로 보유한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10억7,400만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경기 과천 중앙동에 위치한 아파트(과천 푸르지오 서밋)의 분양가는 과천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가운데 최고가로, 현재 시세(일반분양가)는 18억원에 달한다. 김 후보자가 재건축을 예상하고 해당 주택을 보유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김 후보자 주민등록 초본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이 주택에 거주한 적이 없다. 김 후보자 측은 “분양권 출처인 빌라를 1996년 구입해 1년 정도 거주하다 개인 사정으로 전세를 줬다”며 “재건축이 활발했던 2000년대 중반에 구매했다면 몰라도, 재건축을 노리고 구매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공무원 특별분양으로 세종시에 아파트를 구입하고도 인근 오피스텔과 관사에 거주했다. 재산 증식을 위해 ‘관테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지만, 김 후보자 측은 “아파트 입주 시기에 오피스텔 계약 기간이 1년 남아있었다”며 “집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국무총리실 사무관 부부에게 전세를 줬다”고 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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