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하면 90% 정도 실명 예방
넥타이 졸라 매는 것도 녹내장 위험
‘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은 3대 실명 질환이다. 안압(眼壓)이 높아 안구 뒤쪽의 시신경을 손상해 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압 상승=시신경손상ㆍ시야결손’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는 오해다.
녹내장은 크게 눈 속에 있는 방수(房水) 배출 경로가 막혀 안압이 오르는 ‘폐쇄각 녹내장’(10%)과 배출 경로가 열려 있는 ‘개방각 녹내장’(90%)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개방각 녹내장 가운데 80% 정도가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이면서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있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인 경우(정상 안압 녹내장)가 국내에서 70~80%나 될 정도로 높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에 있어도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이고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고혈압 저혈압 혈관질환 당뇨병 고연령 근시 가족력 등 다른 원인으로 시신경이 파괴돼 녹내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녹내장 환자도 2014년 69만9,075명에서 2018년 90만4,458명으로 4년 새 30%가량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녹내장을 조기 발견하면 실명을 90%가량 막을 수 있기에 4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인 눈 검사가 필요하다. 강자헌 강동경희대병원 녹내장클리닉 교수는 “정상 안압 녹내장은 시야 변화도 서서히 진행돼 말기가 될 때까지 환자가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말기가 되면 마치 터널을 통해 사물을 보는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며 악화되면 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녹내장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시야검사가 필수다. 또한 녹내장이 진행되면 시신경유두가 손상되거나 망막신경 섬유층이 얇아지므로 이를 알아보는 검사(시신경유두검사, 망막신경섬유층검사)도 필요하다.
정상 안압 녹내장으로 진단되면 안압을 낮추기 위한 점안제와 약물치료를 한다.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안압은 녹내장 진행의 가장 큰 위험인자이기에 시신경 손상을 최대한 막아 안압을 더 낮추기 위해서다. 강 교수는 “한 가지 약물로 안압이 낮아지지 않으면 다른 계열 약을 병합해 쓴다”며 “이렇게 해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병이 진행돼 시신경 기능이 저하되면 시신경 손상을 막기 위해 녹내장수술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녹내장은 자각 증상이 없고 시신경이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려워 조기 검진이 최선이다. 황영훈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40세가 넘으면 누구라도 매년 안압 측정 및 안저(眼底)검사를 포함하는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특히 근시가 높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젊을 때부터 안과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했다.
40세 이후에 녹내장이 많이 발병한다고 해서 젊은층이 이에 자유로운 건 아니다. 고도근시와 가족력 등이 젊은 녹내장의 주원인이다. 근시 환자의 눈은 근시가 없는 사람의 눈에 비해 앞뒤 길이가 길어져 있어 두께가 얇아져 있고 시신경이 약해 같은 안압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시형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은 최근에 20, 30대 젊은 연령층에서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라식, 라섹 같은 굴절교정수술이 많이 시행되면서 젊은 나이에 안과를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안압이 높아 생기는 녹내장을 예방하려면 금연이 중요하다. 자전거 타기, 등산, 달리기 등은 좋지만 근력운동은 좋지 않다. 역기 같은 무거운 물건을 들면 안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머리를 아래로 향하는 고난도 요가 동작도 위험하다. 수영도 괜찮지만 수경을 착용하면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트럼펫, 색소폰 등 관악기 연주와 넥타이를 졸라매는 것도 녹내장에 좋지 않다. 김용연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장기, 바둑, 뜨개질처럼 고개를 숙이고 가까운 것을 집중해 오랜 시간 보는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물구나무서기나 팔굽혀펴기 등도 삼가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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