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로 축구장 4배 면적 초토화 지대지 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대구경 방사포 이어 성능 확인
수백개 자탄(子彈)으로 축구장 4배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신형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의 완성도 북한이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하다. 저고도 활강과 ‘회피 기동’ 탓에 요격이 힘든 ‘북한판 이스칸데르(러시아산 지대지 탄도미사일)’에 이어서다. 유도 기능을 갖춘 신형 대구경 방사포(다연장 로켓)까지 포함한 단거리 신형 무기 ‘3종 세트’의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서 사변적 의의를 가지는 새로운 성과들이 연이어 창조되고 있다”며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아래 ‘새 무기의 시험 사격’이 다시 진행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새 무기 시험 사격’은 10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이뤄진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튿날 북한이 사용한 표현이다. 당시처럼 이번에도 무기 명칭 및 특성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사진 6장이 소개됐다.
군사 당국과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해당 무기의 정체는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다. 일단 사진으로 공개된 외형이 근거다. 10, 16일 발사체가 다르지 않다. 군 소식통은 18일 “비교적 짧고 굵은 동체의 형태가 미제 에이태킴스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미국산 전술 지대지 미사일인 에이태킴스는 300여개의 자탄이 안에 들어 있어 한 발로 축구장 4개 크기 지역을 황폐화할 수 있는 무기다.
북한 ‘새 무기’는 에이태킴스보다 더 크고 속도가 더 빨라 위력도 더 클 개연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이번에 발사한 것은 최대 고도가 약 30㎞, 비행 거리는 약 230㎞, 최대 속도는 마하 6.1(음속의 6.1배)이라고 합참은 발표했었다. 같은 속도로 48㎞ 높이까지 치솟았다가 400여㎞ 날아간 10일 발사체를 각도를 줄여 쏴 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군의 추측이다.
북한이 같은 무기를 엿새 만에 거듭 시험한 건 안정성ㆍ정밀성을 확인해 보려는 취지일 공산이 크다. 북한이 내놓은 사진을 보면 화염을 일으키며 발사된 미사일이 바다 위의 작은 바위섬을 타격한다. 정보 당국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예정대로 20일 끝나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더 이상 무기 시험을 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그 전에 성능 시험을 마치려고 북한이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번 시험에는 ‘무력 시위’ 목적도 분명하다. 저고도ㆍ정밀 타격 능력을 보여준 건 요격을 꿈꾸지 말라는 뜻이다. ‘이동식 발사차량’(TEL)이 숲속에서 미사일을 날린 건 은밀하고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다는 자랑이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시험 사격 지도에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상대로는 불장난 질을 해볼 엄두도 못 내게 만드는 것이 국방 건설의 중핵적(핵심적) 구상”이라고 했다.
이런 무기 개발은 방어 차원이라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새 무기’ 공개 당일 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미국이 남조선 당국과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고 있다”며 “우리 국가 안전의 위협 제거를 위한 정답은 오직 위력한 물리적 수단의 부단한 개발과 실전 배비(배치)뿐”이라고 밝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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