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게시판 ‘여의도 옆 대나무숲’, 한국당 보좌진 성토 잇따라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 “과연 한국당 보좌진인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꺼내든 ‘장외투쟁’ 카드에 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장 국회 직원과 의원 보좌진, 당직자들의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자신을 한국당 보좌진이라고 밝힌 이들의 성토가 며칠째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이에 대해 익명 게시판이기에 “우리 당 소속이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19일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지지율이 왜 떨어지는지를 정말 몰라서 저러는 건가”라며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전혀 못 보여주고 있으니 떨어지는 것”이라며 한국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황 대표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경고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24일 광화문에서 ‘대한민국 살리기 집회’를 열겠다”고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 4월에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반대하며 첫 번째 장외집회를 열고 대구ㆍ대전 등을 돌다가 5월 25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이를 마무리한 바 있다.
이 게시자는 황 대표가 24일 집회를 위해 각 의원실에 당원을 모아오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백 번 양보해서 장외투쟁 다 좋은데, 아직 더운 8월 여름날, 당원들 끌고 오라고 공문으로 압박하지 마라”며 “시위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서 일어나는 거지, 당원을 억지로 끌어 모아서 뭐 하는 짓거리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때는 집권했던 정당의 유능한 당직자와 보좌진, 110명 국회의원 놔두고 이렇게 죽만 쑤는 지도부도 참 용하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가 장외투쟁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이달 중순에도 한국당 보좌진들의 비판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또 다른 한국당 보좌진은 14일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우리 지지층이 저들(더불어민주당)처럼 광장에 나오는 성향들인가”라며 “제발 똑똑하게 싸우면 안 되나”고 토로한 바 있다. 16일에도 “머리를 못 쓰니까 몸을 쓴다”며 “밖에서 들어온 의전병자 한 명이 수 백의 애정 당원을 땡볕으로 끌어내려 한다”고 황 대표를 정면 겨냥한 글이 올라왔다.
황 대표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외투쟁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황 대표는 “장외투쟁에 대해 일부 염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구국의 열정과 진정성으로 싸워 나간다면 우리는 하나가 돼 싸울 수 있고 이길 것이며, 국민들도 우리를 믿고 동참해 줄 것”이라고 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에 새로 임명된 김도읍 의원도 “현역 의원들이 원내에서만 대정부투쟁을 한다고 하면, 당에서는 뭐하느냐고 아마 또 반문이 나올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 비서실장은 다만 당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비판적 의견이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연달아 게시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당 보좌관 게시판이 아니라 국회 직원, 당을 넘나드는 전 보좌관이 글을 올릴 수 있는 곳 아닌가”라며 “과연 한국당 보좌진인지(확신할 수 없다)”라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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