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내건 정부가 올해 태양광 발전 설비 보급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지속가능성엔 경고등이 켜졌다. 태양광 발전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데다, 태양광 산업 생태계 붕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신규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1.64GW(기가와트)로 올해 계획했던 보급량(1.63GW)을 넘겼다. 지난해 태양광 설비 보급목표를 조기 달성한 시기(10월 초)보다 약 2개월이나 빠른 셈이다. 이용필 산업부 신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국내 태양광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규모 별로 보면 1㎿(메가와트) 이하 중ㆍ소형 태양광 발전 설비가 전체 설치량의 92.1%(1.5GW)를 차지했다. 지난해(83%)보다 비중이 높아졌다.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신규 태양광 발전 사업에 더 많이 나섰다는 얘기다.
그러나 반색해야 할 태양광 업계는 정작 볼멘소리를 쏟아 내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재를 만드는 국내 기업의 임원은 “경사도 15도(기존 25도) 이상인 곳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규제 강화로 태양광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데 당장의 보급 실적에 취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계속 투자 확대에 나설지 미지수다.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하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매매해 수익을 올린다. REC는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의 양에 따라 에너지관리공단이 발급해 주는 인증서다. 500㎿급 이상 대형 발전사는 총 발전량의 일정 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REC를 구입해 부족한 만큼 채워야 한다.
그런데 2017년 12만원을 넘겼던 1REC 가격은 현재 5만9,079원(13일 기준)으로 폭락했다. 한정된 거래 시장에 신규 사업자들이 계속 진입하면서 REC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기 지역에서 300㎾ 이하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는 송모(57)씨는 “불과 2년 만에 REC 가격이 반토막 나 사업비 회수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태양광 발전 공급량 확대에만 신경 쓰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선화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필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쓰겠다는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현재 185곳)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기업에 직접 전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조치를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 붕괴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태양광 잉곳ㆍ웨이퍼를 만드는 넥솔론이 파산하면서 국내 유일의 제조사가 된 웅진에너지도 지난 6월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웨이퍼는 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잉곳을 얇게 절단한 기판이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태양광 모듈→발전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부품 공급망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국내 1위 폴리실리콘 제조사인 OCI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태양광 소재 제조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국내 구매처가 없어지면 수입에 의존해야 해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태양광 발전 보급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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