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장비 국산화 성공에 해외기업 공급중단
해외진출로 위기 넘겨 매출신장
“끊임 없는 기술개발을 통한 장비의 국산화만이 한국 기업이 살아날 길 입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핵심소재와 장비 국산화로 해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 간 수출규제 장벽을 넘은 한 중소기업이 화제다.
충남 천안의 초정밀 가공기 제조기업인 코론(대표 김진일)은 지난해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15년간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던 독일 파트너사가 2017년 거래를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파트너사의 공급중단으로 2017년 194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76억원으로 급감했다. 갑작스런 수출규제로 고스란히 피해를 떠 않아야 했다.
파트너사의 수출 중단은 코론이 2017년 4월 리니어 모터를 장착한 초정밀 고속가공기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 때문이었다. 코론이 국산화에 성공하자 경쟁사로 판단해 내린 조치였다.
코론이 개발한 리니어 모터는 가공 소재를 올려놓는 베이스의 핵심 부품이다. 위에서 회전형 모터가 움직여 금속을 가공하지 않고 자기부상 방식의 베이스가 움직이는 신기술이다.
김 대표는 “제품은 국산화했지만 판매망이 미비한 상황에서 파트너사의 거래중단으로 국내 300여 개 납품처의 매출이 한 순간 사라졌다”며 “제품을 국산화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렀지만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코론은 독일제품에 비해 품질이 월등하게 좋아진 제품을 믿고 재기에 나섰다.
먼저 기존의 ‘엑스론코리아’라는 사명을 버리고 코론(CORRON)으로 바꿨다. 독일 엑스론 공작기계의 한국지사 관계를 청산했다. 독일의 OPS-INGERSOLL(오피에스 잉거솔) 장비를 런칭하여 코론의 라인업을 새롭게 구성했다.
이어 자체 생산한 ‘리니어 모터 장착 초정밀 고속가공기’의 국내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해 주광정밀과 서원인텍 등 국내 초정밀 가공금형 제조기업에 첫 납품을 시작, 지난달까지 20여개 기업에 제품을 공급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를 200억원으로 잡았다.
이 회사는 장시간 기계를 돌려도 오차 없이 정밀하게 금속을 가공할 수 있는 초고속 가공기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초고속 가공기 한 대당 5억원인 해외제품을 3억원대로 낮춰 수입 대체 효과와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이 가공기는 특징은 금형 소재를 깎을 때 진동이 없다. 표면 거칠기를 의미하는 표면조도도 우수하다. 회전형 가공기는 표면조도가 평균 50나노미터(nm)인데 이 제품은 평균 8~10nm로 5배 이상 높다. 수치가 낮을수록 제품 표면이 매끄럽다.
신현태 코론 부설연구소 전무는 “리니어 모터 회전축의 분당 회전수는 4만2000~6만으로 회전형 모터보다 3배, 독일 제품보다 1.5배 빠르다”며 “기기의 작업 속도를 의미하는 최대 이송속도도 분당 100m로 일본과 독일제품의 30~60m보다 두 배 높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오일 누수가 없는 흑연 및 글라스 초정밀 고속가공기도 개발했다. 정밀 금속가공과 흑연을 사용하는 3D 글라스 성형 가공이 모두 가능하다. 2014년에는 6억원을 투자해 전기 스파크로 금형을 제작하는 트윈헤드 초정밀 방전가공기를 국산화했다. 6억원을 들여 레이저와 공작기계 융합기술을 접목한 입체형 레이저 가공기(5축형)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 같은 성과는 정밀부품 가공시장이 작고 외국산이 이미 국내시장을 선점해 자체생산과 기술개발을 포기했던 국내 중소 공작기계 제작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정부의 장비 국산화에 대한 마중물 지원정책과 맞물려 연구개발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중국과 베트남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내년에는 독일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을 본격화 한다”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20억원을 투자해 2공장을 신축하고 끊임 없는 기술개발로 다른 초정밀 가공기도 국산화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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