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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ㆍ고노 35분 만남… 화이트리스트 입장차 못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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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ㆍ고노 35분 만남… 화이트리스트 입장차 못 좁혔다

입력
2019.08.21 17:47
수정
2019.08.21 20: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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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회담서 강경화 “화이트리스트 배제 철회” 고노 “지소미아 연장” 

 김상조 “지소미아 24일까지 고민 계속”… 靑 22일 NSC 상임위 최종논의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굳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교도통신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굳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교도통신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의 외교수장이 21일 중국 베이징(北京) 근교 관광지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에서 만나 각기 상대가 손에 쥔 카드를 집중 공략하며 공방을 벌였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하자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장관은 우리 측이 검토 중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먼저 거론하며 맞섰다. 중재자로 나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일 미래비전을 연말 3국 정상회의에서 발표할 것”이라며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했다.

외교 당국자는 강 장관이 고노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에 재차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상황의 엄중함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 “일본 정부가 지금이라도 해당 조치를 철회하도록 강력히 촉구했다”면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의 엄중한 인식을 전하고 일본 정부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고노 장관은 “수출 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 당국 간 대화가 필요하다”며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대신 지소미아 연장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을 물어보며 조바심을 냈다.

한일 양측은 이날 오후 2시부터 35분간 진행된 회담을 마치고 서로 인사도 없이 굳은 표정으로 각자 발길을 돌렸다. 이 당국자는 “지소미아 얘기를 먼저 꺼낸 건 일본 측”이라며 “우리는 검토 중이라는 원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하지만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나라와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게 맞느냐는 측면에서 지소미아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조율한다. 일본과 2016년 11월 맺은 지소미아를 해지할 경우 통보시한은 24일까지다. 일본의 카드인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이날 한일 회담에 앞서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렸다. 강 장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지역 평화와 번영의 토대인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무역환경이 확고히 자리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각국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무역보복을 배제해야 한다”고 일본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이에 고노 장관은 “양자 관계가 어렵지만 한중일 3국 협력은 진전돼야 한다”고 한발 비켜서며 가급적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일 장관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왕 국무위원은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것은 3국 협력의 정치적 기초이고 이웃나라와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은 3국 협력의 원동력”이라며 “여기에 허심탄회한 대화까지 더해 3가지 원칙을 지키면 한중일 협력은 안정적으로 멀리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내년을 한중일 협력 혁신의 해로 지정하자는 제안에 한일 양국이 적극 호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일 친구들은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데 중국은 장심비심(將心比心ㆍ자기의 마음을 다른 사람의 마음과 비교하다)이라고 한다”면서 “한일이 서로 관심사를 배려하고 건설적으로 이견을 해결해 3국이 단결하면 더 아름다운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회의 전 기념촬영에서 한일 장관이 서먹한 표정으로 떨어져 있자 가운데 선 왕 국무위원이 양 장관의 손을 확 잡아 끌어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실제 한중일 3국 협력은 험악한 양자 관계를 전환시킨 전례가 있다. 중일 관계는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국유화 문제 등으로 2012년 이후 악화일로를 걷다가 2015년 한국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만난 이후 급격히 호전돼 현재 최상을 구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1999년 시작된 한중일 협력이 꼭 20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이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는 2016년 8월 일본 도쿄(東京) 이후 3년 만에 열렸다. 올해는 중국이 의장국을 맡았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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