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물리캠프 주제 계획서만 한달짜리”… 대학ㆍ학회가 입시스펙 만들어 준 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전형(세계선도인재 전형)에 지원할 당시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의대에서 인턴을 하며 작성한 논문 등재를 포함해 총 세 가지 주요 이력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이력 모두 문과계열인 외국어고 학생이 불과 3년이란 재학기간 안에 완료할 수 없는 실적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대학과 학회까지 나서 한 고교생의 그럴듯한 ‘입시 스펙’을 만들어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씨가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전형에 지원하며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조씨는 한영외고 재학 시절인 2009년 단국대 의대 연구소가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의학 영어논문에 자신이 저자로 등재한 이력과 함께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참여한 인턴십을 통해 국제학술대회(국제조류학회)에 참가한 이력 등 총 2건의 논문 이력을 기재했다. 여기에 2009년 한국물리학회가 주최한 ‘여고생 물리캠프’에서 장려상을 받은 수상실적도 함께 적으며 “고교시절부터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과 실습경험을 갖춘 지원자”라고 스스로 밝혔다.

하지만 조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란이 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란 제목의 소아병리학 논문을 비롯해, 여고생 물리캠프에서 제출한 ‘나비의 날개에서 발견한 광자 결정 구조의 제작 및 측정’이란 연구 과제 역시 연구자들 사이에선 “고교생이 단기간에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일보가 확인한 한국물리학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조씨는 고3이던 2009년 여름방학 동안 동료 2명과 함께 여고생 물리캠프에 참여했는데 1주일 정도 전헌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실험실을 탐방해 연구를 했다. 조씨가 속한 한영외고 팀을 비롯 이 캠프에 참가한 8개팀 중 7개팀은 국제고, 외고, 과학고 등으로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 스펙용’행사로 보인다.

조씨 팀이 제출한 연구 과제는 1주일 간의 실험실 방문으로 발표하기 어려운 주제라는 반응이 많다. 서울 소재 한 종합대학에서 이공계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연구원 A씨는 “박사급들도 연구 계획서 개념인 프로포절(proposal) 하나 쓰는 데 한 달을 밤새 고민한다”며 “(조씨가 관련 주제에 대해) 겉핥기 수준의 이해를 했을 것이고 사실상 이름만 제출한 거나 다름이 없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하지만 당시 고려대는 조씨의 입학사정 과정에서 이 같은 이력이 기재된 자기소개서와 학생생활기록부를 평가에 포함시켰다. 당시 입학사정관실장으로 재직했던 신창호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본보에 “학생부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자기소개서만으로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논의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내용을 2차 면접 전형에서 검증하냐고 묻는 질문에는 “추가질문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상식이나 그 외에도 여러 요소를 종합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조 후보자 측은 조씨가 고려대 입학 당시 어학, 생활기록부, 면접을 반영하는 전형을 통해 합격했다며 자기소개서 등을 반영하는 전형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21일 언론을 통해 조씨가 자기소개서 등에 논문 이력 등을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 거짓 해명 의혹에 휩싸이자 다시 입장문을 내 “단국대 논문은 자기소개서에 간단히 기재됐으나 논문 원문을 제출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 측은 ‘거짓 해명’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처음부터 사실 관계의 전모를 밝히지 않고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부분적 해명을 하는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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