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가 격렬해지고 있다. 3주 동안 계속되는 화재로 상파울루 시내가 밤낮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심한 연무에 뒤덮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마존 지역 대기가 화재로 벌겋게 달아오른 위성사진, 상파울루에 내린 검은 빗물 사진 등이 올라오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화재 인근 지역에서는 이미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도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잇따른 화재에도 근거 없는 남 탓을 하며 책임의 화살을 돌리는 모양새다.
최근 남아메리카를 떠들썩하게 만든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는 지난 7월 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북부 혼도니아주(州)와 마투그로수주, 파라주, 아마조나스주 등에 피해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혼도니아주 현지 언론은 “불길이 주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화재 때문에 발생한 짙은 연기로 주민들은 물론 동식물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조나스주 당국은 앞서 2주 전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이다. 아마존에서 2,700㎞ 떨어진 남부 상파울루까지 화재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19일 낮 한 때 상파울루가 연기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영국 BBC 방송은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위성 사진에서도 브라질의 거의 절반을 뒤덮은 연기가 관측됐다. 브라질 글로보 방송은 기상학자들을 인용 “혼도니아와 볼리비아 일대에서 며칠째 계속되는 화재와 연기가 한랭전선과 만나 강한 동남풍이 형성되며 발생한 현상”이라고 이를 설명했다.
올해 발생한 화재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이상 증가했다. CNN은 20일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의 보고서를 인용 “화재를 추적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불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INPE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사이 브라질에서 발생한 산불 건수는 7만3,000건에 육박한다. 2018년 발생한 산불 3만9,759건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아직 올해가 3분의 2도 지나지 않은 만큼 화재 발생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1일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 확대에 브라질 정부를 비판하려는 시민단체의 행동이 개입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단체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며, 그런 의혹의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못했다. 평소 시민단체들을 부정적으로 간주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환경 관련 단체들은 ‘무책임하고 경박한 발언’이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강력 비난했다. 카를루스 보쿠이 브라질환경보호연구소(Proam) 소장은 “우리가 아마존 열대우림에 불을 지르고 있다는 말인데,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울 발리 세계자연기금(WWF) 브라질 지부 사회환경정의국장은 “보우소나루 정부는 통제 불능 상태인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삼림 벌채가 기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하는 생태학자 애이드리언 뮬버트는 “수년 동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강수량 부족으로 산불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비가 와서) 촉촉한 상태”라며 “삼림 파괴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고 21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전했다. 실제 올해 산불은 아마존 열대우림이 분포한 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개발하지 말라는 것은 브라질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국제사회의 음모”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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