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경제계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악화된 한일 관계에 이어 한미 관계까지 영향을 받을 경우 안보 문제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시작됐을 때 경제 전쟁으로 확전돼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어떻게든 외교적 해결에 나서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기대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유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내심 기대를 가졌던 재계는 당혹스런 모습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소미아가 그 동안 한일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는데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결정을 통해 재확인됐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가 실제 적용되는 28일 이후 일본이 수출 규제 목록을 대폭 늘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지난 달부터 일본이 수출 규제 목록에 올린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 3종 소재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 해왔고, 상당량의 재고를 확보해 당장 생산차질이 발생할 위험은 크게 낮춘 상태다. 하지만 일본이 핵심 소재 외에 수 십여 가지 반도체 소재 수출도 막을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경제 전면전을 각오하고 삼성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겨냥할 경우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라인을 겨냥한 견제구 성격이 강하다”며 “하지만 메모리 분야에 들어가는 소재까지 수출 규제를 하면 국내 생산 라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조치가 가뜩이나 취약해진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조치가 한일 경제 갈등 심화를 넘어 한미간 마찰로 번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국내 증시에선 투자 심리를 훼손하고 외환시장에선 달러 선호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23일 국내 외환ㆍ주식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전일 종가(1,207.4원)보다 7원 이상 높은 1,214.8원까지 올랐다가 안정을 되찾으며 1,210.6원으로 마감했고, 코스피 시장은 소폭 하락(-0.14%)하는 데 그쳤다.

윤태석ㆍ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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