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동가도 아니고 운동가도 아닙니다.”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는 본인을 “다만 일본에 의해 아버지를 빼앗겼고 그래서 일본하고 많은 소송을 해왔던 사람”이라 소개했다. 24일 ‘노(NO) 아베’ 피켓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채운 시민들 앞에서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소송을 벌여왔다는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승소했을 당시 “이제야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것 같다”며 기뻐했다. 이제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등 떠밀리듯 거리로 나서게 됐지만, 희망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오히려 지금이 “젊은이들이 슬픈 역사를 알아가면서 앞으로 어떤 미래를 열어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규탄 시민행동이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규탄 6차 촛불문화제’에는 주최 추산으로 5,000여명 참석했다. 시민행동에 따르면 이날 강원 춘천시, 광주, 경남 진주와 창원, 부산 등 각지에서 시민 2,000여명도 촛불을 들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평화가 승리한다”는 구호를 외쳐가며 일본 측의 경제 보복을 규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방침을 “시민의 승리”라며 반겼다. 이아란 전국청소년행동연대 날다 대표는 “언뜻 보기엔 그냥 조약 하나가 연장되지 않는다는 거지만 지금까지 싸워온 우리 시민들의 승리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서울 각지에서 벌여왔다는 카자흐스탄 교포 윤여학씨는 무대에 올라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며 이렇게 외쳤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출신인 윤씨는 “사업차 한국에 머물다가 아베의 경제 침략 때문에 발이 묶였다”며 “청양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생각보다 행동을 먼저 하는 피를 물려받아 1인 시위를 벌여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촛불이 이긴다’, ‘친일 적폐 청산, 강제동원 사죄배상 끝까지 간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앞세우고 광화문광장에서 일본대사관을 거쳐 시청 앞 광장으로 행진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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