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대기 체질인 휘문고가 2014년과 2016년에 이어 또 한번 ‘초록 봉황’을 품었다.
김영직 감독이 이끄는 휘문고는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강릉고와 결승전에서 6-6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2사 3루에서 터진 박성준(3년)의 천금 같은 1타점 결승 2루타에 힘입어 7-6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이로써 휘문고는 6년새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첫 우승 때는 투수 정동현, 2016년 대회 때는 투수 안우진의 역투가 빛났고, 올해 대회에서는 ‘에이스’ 이민호(3년)가 청소년 대표팀으로 빠진 자리를 오규석(3년)이 결승에서 훌륭히 메웠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박주혁(3년)이 영예를 안았다.
1975년 창단 후 44년 만에 전국대회 첫 우승에 도전했던 강릉고는 올해 청룡기에 이어 봉황대기까지 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야구 불모지에서 한 해에만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이루며 강원 지역을 넘어 전국 강호 반열에 올라섰다.
강릉고 에이스 김진욱(2년)에 맞서 오규석(3년)을 선발로 내세운 휘문고는 강릉고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0의 행진은 5회말에 깨졌다. 강릉고는 2사 만루에서 홍종표가 중견수 옆으로 빠지는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쳤다. 3-0으로 앞서는 한방을 친 홍종표는 3루에 안착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저력의 휘문고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곧바로 6회초 반격에서 김진욱을 공략했다. 1번 박성준(3년)과 2번 김기준(3년)의 연속 안타로 무사 1ㆍ3루가 되자 3번 이재호(3년)는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는 김민준(3년)의 외야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보탰다.
2-3으로 따라붙은 휘문고는 투구 수 105개를 꽉 채운 김진욱이 7회초 1사 후에 강판하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강릉고 두 번째 투수 이전재(1년)의 제구 난조로 2사 만루 기회를 잡았고, 세 번째 투수 함지호(2년)가 4번 엄문현(3년)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경기 흐름을 휘문고에 뺏길 위기에서 강릉고를 다시 살린 건 홍종표다. 3-3으로 맞선 7회말 1사 1루에서 상대 바뀐 투수 김범준(3년)의 3구째 공을 잡아 당겨 우익선상 1타점 적시 3루타를 또 작렬했다. 1사 3루에서는 2번 정준재(1년)의 스퀴즈 번트 때 홈을 밟았다.
3-5로 끌려가던 휘문고는 패색이 짙던 9회초에 경기를 뒤집었다. 1사 만루에서 4번 엄문혁 타석 때 상대 투수의 폭투로 1점을 따라붙었고, 계속된 2사 2ㆍ3루에서 신효수(3년)의 2타점 역전 적시타가 터졌다. 하지만 9회말 1점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연장으로 접어든 승부에서 10회초 1사 후 조민성(1년)이 2루타로 포문을 열고 2사 3루에서 박성준이 역전 적시타를 날렸다. 그리고 조민성은 연장 10회말 마운드에서 1점차 리드를 지켰다.
세 번째 봉황대기 패권을 차지한 김영직 휘문고 감독은 “3학년 선수들이 마지막 전국대회라고 스스로 머리를 짧게 자르는 등 솔선수범해서 정말 열심히 해줘 너무 고맙다”며 “선발 오규석은 이민호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였다”고 밝혔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원래 선수들 칭찬을 잘 안 하는데, 올해는 정말 많이 칭찬해주고 싶다”며 “이번에 강호 기틀을 마련했고, 1, 2학년들이 주축이었던 만큼 강릉고의 미래는 더욱 밝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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