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검찰개혁안’ 승부수 던졌지만… “2차 정책도 재탕”
“도입과정 논란 크고 현실성 적어” 30년 전 논의도 매번 불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검찰개혁을 중심으로 한 두 번째 정책구상을 발표했다. 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이전에 자기 정책을 공약처럼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그나마 조 후보자의 정책구상들이 기존 정책을 반복하는데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정책으로 꼽히는 ‘재산 비례 벌금제도’는 위헌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벌써부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의혹 속 잇달아 정책구상 발표한 조국
조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법제화가 완결되도록 지원하고, 시행령 등 부수법령을 완비해 검찰개혁 논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려는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가 온전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입해 형벌의 실질적 평등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재산비례 벌금제는 범죄의 경중에 따라 벌금일수를 먼저 정한 뒤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정한 하루치 벌금액을 곱해 벌금을 산정하는 제도다. 피고인의 경제 사정에 관계없이 모두 일정한 벌금을 내는 지금의 ‘총액 벌금제’가 경제적 약자에게는 가혹한 반면 부유층에는 형벌 효과가 비교적 약하다는 비판론을 근거로 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이어 재판뿐 아니라 수사단계에서부터 변호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추징금 환수율을 높이기 위해 범죄수익 환수에 힘쓰고,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국민을 상대로 소송 제기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실현 방안 없는 재탕의 연속
하지만 조 후보자가 이날 공개한 정책들은 구체적 실행방안이 없는데다 기존에 추진하다 무산됐거나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을 반복하는데 불과해 조 후보자만의 차별성을 보여주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 의혹이 거세지자 국면전환 정책을 급조해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먼저 조 후보자가 가장 앞세워 제시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는 이미 국회로 공이 넘어가 법무부에서 개입할 여지가 적고,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경우 법무부가 3월부터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입법예고한 정책이라 새로울 것은 없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에선 추상적 해명과 우회적 유감만 표하다 뜬금없이 재산을 기부하겠다 하고, 알맹이 없는 정책을 내놓으니 황당하다”며 “조 후보자가 얼마나 궁지에 몰려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돈 많으면 벌금도 많이… 그러나 논란 예상
조 후보자가 새로운 정책이라 강조한 재판비례 벌금제도 따져 보면 나온 지 27년이나 된 해묵은 정책이다. 재판비례 벌금제는 1992년 법무부가 형사법을 개정할 때 처음 논의됐고 2000년대에도 논의가 있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국회에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동일한 내용의 ‘일수벌금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실질적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차등벌금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형벌은 범죄자에게 동일한 고통을 부과하기 위한 것이니, 돈이 많든 적든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미 유럽 국가들이 사법정의 확립을 위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프랑스는 1~1,000유로, 독일은 1~3만유로 범위 내에서 1일 벌금액을 달리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한 법학 교수는 “월급쟁이만 유리지갑이고 나머진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소득이나 재산 조사가 제대로 되겠냐”면서 “과거 여러 차례 도입을 시도했지만 그 때마다 여러 현실적 문제로 인해 좌절됐다”고 지적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이런 식이면 20대에게 선고된 징역 1년과 80대 노인에게 선고된 징역 1년까지 실질적 평등을 따져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이런 잣대는 맞지도 않을뿐더러, 재산을 기준으로 하려면 온국민의 재산 데이터베이스를 검찰이 손쉽게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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