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가 새로 나오면 이제 넷플릭스에서 ‘어벤져스’ 시리즈 등 마블 관련 콘텐츠는 못 보게 되는 건가요?”
‘지구 최강’ 미디어 기업으로 평가 받는 디즈니가 독자적인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올해 말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내년 초 워너미디어와 NBC유니버설도 새로운 OTT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넷플릭스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대부분이 다른 회사로부터 판권을 일정 기간 빌려온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자체 제작 콘텐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넷플릭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최근 ‘대세’는 판권을 가진 미디어 그룹이 자체 서비스를 내놓는 형태다. 대표적인 게 디즈니로, 오는 11월 미국과 캐나다 등을 시작으로 OTT 서비스 ‘디즈니+’를 출시한다. 우리나라와 유럽 지역에선 내년 이후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요금은 4K 화질 기준 넷플릭스에 비해 최대 9달러 저렴한 월 6.99달러다.
이 밖에도 통신사 AT&T가 운영하는 워너미디어는 OTT 서비스 ‘HBO맥스’를 내년 초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HBO맥스는 ‘왕좌의 게임’, ‘섹스 앤드 더 시티’뿐 아니라 슈퍼맨, 배트맨, 매트릭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영화사 ‘유니버설 픽처스’를 보유하고 있는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또한 내년 TV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콘텐츠 판권이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이후에는 넷플릭스에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제공되는 마블과 디즈니, 픽사, 폭스의 모든 영화 및 드라마가 빠르면 내년, 늦어도 2021년 이후부터는 목록에서 사라진다는 의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부터 ‘토이스토리4’까지 올해 전세계 영화 흥행 6위까지가 모두 디즈니의 소유물임을 감안할 때 넷플릭스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는 셈이다. 넷플릭스가 마블에게서 판권을 빌려와 자체 제작한 ‘데어데블’, ‘퍼니셔’, ‘제시카존스’ 등 드라마 시리즈는 넷플릭스에서 계속 서비스될 예정이지만, 추가 시즌은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 시청자들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시리즈들도 모두 넷플릭스를 떠난다. 콘텐츠 2위에 오른 ‘프렌즈’는 올해 말 넷플릭스를 떠나 HBO맥스로 둥지를 옮기고, 1위를 차지한 ‘더 오피스’와 3위 ‘파크스 앤 레크리에이션’은 2021년부터 NBC유니버설이 판권을 회수해간다. 4위 ‘그레이스 아나토미’와 5위 ‘뉴걸’도 계약이 끝나는 대로 디즈니 품에 돌아갈 예정이다. 사실상 시청자들을 넷플릭스로 이끌었던 콘텐츠 목록이 텅텅 비게 되는 것이다.
자체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넷플릭스는 지난해 콘텐츠 제작 비용으로 120억~130억달러(약 14조6,000억~15조8,000억원)를, 올해는 150억달러(약 18조2,0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지난해 넷플릭스는 미국의 에미상 시상식에서 1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23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자체 콘텐츠 능력을 증명했다. 그러나 OTT 시장이 점점 ‘쩐의 전쟁’으로 치닫기 시작하면서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넷플릭스에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 철수 소식 이후 넷플릭스 주가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며 “매력적인 콘텐츠를 꾸준히 발굴해내지 못한다면 떠나는 이용자들을 붙잡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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