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 상향 매송휴게소
26일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향 매송휴게소. 승용차에서 내리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음식점들이 있는 건물 쪽으로 다가서자 악취는 더욱 심해졌다. 다른 이용객들도 인상을 찌푸리며 건물안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가 하면 승용차로 되돌아가 휴게소를 빠져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휴게소에서 만난 김상구(50)씨는 “인근에 축사가 있는지 냄새가 너무 심하다”며 “간단한 요기를 하려고 들어왔는데 그냥 다른데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 부인도 “요즘 시골에서도 이렇게 심하게 냄새가 안 난다”며 “앞으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해 5월 문을 연 경기 화성시 서해안고속도로 매송휴게소(상향)가 개장 1년이 넘도록 인근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휴게소는 오픈 당시만해도 어린이용 미끄럼틀과 놀이기구, 바닥분수, 가족화장실 등을 갖춰 가족단위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더욱이 서울 진입을 위한 경기도권역 마지막 휴게소로, 장거리 운전자의 휴식공간으로 각광받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도를 넘는 악취로 이용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악취가 워낙 심하다 보니 이용객이 머무는 시간이 짧아 급한 용무만 보거나 아예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용객들뿐만 아니라 건물 바깥쪽에 위치한 분식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들도 불만이다. 매출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음식점 직원은 “음식 냄새가 나야 고객들이 찾아와 구매하는데 악취가 심해 이쪽으로 잘 오지 않고 건물 안쪽 식당가로 들어간다”며 “가끔 냄새가 심해 질 때가 있는데 그때는 서 있기 조차 힘들다. 그런 날은 매출액도 평소보다 반토막 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휴게소 내에 악취가 진동하는 이유는 바로 휴게소 뒤편에 있는 돼지 축사 때문이다. 이곳에는 모두 700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퇴비장에 쌓아 둔 분뇨 등을 외부로 반출할 때는 맞은편 하행선 휴게소까지 냄새가 난다고 한다.
사태가 이런데도 당장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도로공사가 휴게소 조성 당시 보상비를 주고 모두 철거했는데 토지주가 다시 축사를 짓고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축사를 계속 운영하겠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2008년 매송휴게소 부지를 조성하면서 토지주인 이모(56)씨와 축사 철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 법정 다툼 끝에 화해권고 판결을 받았다. 권고안은 공사 측이 이씨에게 보상비를 지급, 건물은 철거하고 토지 지목은 ‘목장’ 용도에서 ‘전·답’으로 변경하도록 했다. 양측은 합의에 따라 2013년 축사 등은 모두 철거됐다.
하지만 이씨는 2015년 생계를 이유로 같은 자리에 퇴비장 등을 갖춘 축사(970㎡)를 재조성했다.
이같은 사실을 몰랐던 도로공사 측은 휴게소 건축 공사를 진행한 뒤 지난해 초 D사에 운영권을 넘겼다. D사는 같은 해 5월 휴게소를 공식 오픈했다가 악취로 매출이 급감하자 경기 화성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당시 법적으로 보상을 마치고 철거까지 했는데 2년도 안돼 슬그머니 축사를 다시 짓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휴게소 운영사 측에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재조성과 관련해) 철거 후 지인이 축사를 짓고 살겠다고 해 땅을 내줬는데 축사를 짓고 난 뒤 잔금을 치르지 않은 채 부도를 냈다”며 “어쩔 수 없이 내가 들어 올 수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휴게소 측이 저감시설을 해 준다기에 기다리다 수 백 만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며 “이용객들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부담(5,000만원)으로 저감시설을 설치하는 등 냄새 저감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화성시 관계자는 “지목이 전과 답이더라도 축사를 조성할 수 있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태”라며 “다만 악취 민원이 제기돼 냄새를 수거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는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과태료를 부과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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