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진화를 위한 주요 7개국(G7)의 지원금과 관련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과’를 전제로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표명했던 ‘지원 거부’ 의사보다는 한결 누그러진 발언이지만, 지난주에 시작된 마크롱 대통령과의 감정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크롱 대통령이 나와 브라질 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철회하면 G7의 지원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마크롱)는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했다”며 “이런 발언을 그가 거두어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우리 정부는 G7 국가들의 환경 보호 노력에 감사함을 느끼며, G7에 적대적이지 않다”면서도 “G7 국가 중 딱 한 곳의 대통령만 빼고는”이라고 밝혀 마크롱 대통령 개인에 대한 불만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앞서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캐나다ㆍ일본 등 G7은 24~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통해 아마존 산불 진화 기금 2,000만달러(약 242억원)를 브라질에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환경 문제와 관련, 거짓말을 했다”면서 유럽연합(EU)-남미공동시장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합의 취소를 주장하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G7 지원 거부’ 의사를 내비치며 맞대응에 나섰다. 특히 그는 지난주 마크롱 대통령이 아마존 화재를 ‘국제적 위기’로 규정하며 국제사회의 아마존 열대우림 관리 문제를 G7 정상회의 의제로 삼자고 제안한 데 대해 “식민지적 사고방식”이라고 거세게 반발해 왔다. 오닉스 로렌조니 브라질 정무장관 역시 이날 “(G7의 제안은) 고맙지만 그런 자금은 유럽에 다시 나무를 심는 데 사용하는 게 더 유의미할 것”이라고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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