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 우기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3주 이상 지속되는 남아메리카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가 브라질을 넘어 이웃 국가로 확산되는 등 성난 화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화재 영향 지역 주민 가운데 호흡기 질환자 수도 평소 2배 수준으로 치솟는 등 부가적인 재난도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들어야 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브라질 정부는 국제사회에서의 체면 차리기와 정치적 계산에 매몰돼 오히려 진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극우 개발 지상주의자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설전을 벌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국제사회 지원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정부측은 지원금의 집행권한을 놓고 말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연일 세계 곳곳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국제사회의 속이 타들어 가는 동안 지구촌의 허파는 속절없이 재로 변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브라질 아마존 전역에서 감지된 산불 현장은 1,750곳에 달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구체적 피해 현황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주말부터 군병력 4만4,000여명을 투입해 산불 진화에 나섰고, 국방부 장관은 “상황은 점차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진화 상황은 깜깜이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 등의 자료에 의하면 이번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은 9,500㎢ 규모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화재가 인접한 볼리비아와 파라과이까지 번졌다고 전했다.
날씨조차 브라질을 도와주지 않는다. 로이터 통신은 기상 전문가들을 인용, 브라질이 현재 겨울철을 지나고 있어 건기인 데다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산불이 더욱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10일쯤 돼야 비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금 비가 내리더라도 산불 진화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기상 데이터에 따르면 비가 온다고 해도 북서부 지역에서만 비를 볼 수 있을 뿐 동부 지역은 건조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갈팡질팡 행보는 아마존 산불 사태 해결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27일 오타비우 두 헤구 바후스 브라질 대통령실 대변인은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브라질 정부는 (해외) 단체들은 물론 국가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데 열린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는 전날 아마존 산불 진화를 위해 G7정상들이 지원하기로 결정한 2,000만달러(약 242억원)를 거부한다는 입장에서 선회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점은 브라질에 들어오는 이 돈이 반드시 브라질 인들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어 브라질 정부의 속내를 가늠하기 힘들다.
앞서 26일 오닉스 로렌조니 브라질 정무장관은 현지 언론에 “고맙지만 그런 자금(국제 사회의 지원금)은 유럽에 다시 나무를 심는 데 쓰는 것이 더 유의미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집과 식민지들”이나 챙기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같은 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와 브라질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철회하면 G7의 지원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하지만 주변 남미 이웃 국가들은 적극적인 공동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페루,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아마존 열대우림을 영토로 삼는 국가는 물론 인접한 다른 남미 국가들도 브라질을 향해 산불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과 국제 사회와의 협력 목소리를 높였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앞서 26일 G7이 열린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내달 예정된 뉴욕 유엔 총회에서 아마존 산불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아마존 주권은 존중해야 하지만, 숲을 보호하는 것은 모두의 의무”라고 말했다고 프랑스24가 보도했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과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도 27일 페루의 아마존 지역 푸칼파를 함께 방문한 후 다음달 6일 콜롬비아에서 아마존 지역 국가들의 정상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두케 대통령은 이날 비스카라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급으로 논의를 격상해 아마존을 함께 지키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스카라 대통령도 “단지 이번 화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 아닌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를 막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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