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스스로 촬영한 나체 사진과 영상을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보낸 경우라면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모(32)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2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안 씨는 2017년 10월 여자친구 A씨가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과거 A씨가 자신에게 보낸 나체 사진과 영상을 A씨의 지인 2명에게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판단,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성폭력처법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는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것까지는 포함하지 않는다”면서 형량이 낮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배포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선고했다. 다만, 2심에서 함께 재판받게 된 절도, 사기 등 다른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2월로 형량이 올랐다. 대법원 또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아 안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채팅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여성의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화면을 캡처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성폭력처벌법 14조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하는 경우로 처벌대상을 한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돼 그 이후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 스스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멋대로 유포한 행위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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