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전날 동행해 교수에 “어디 묵어야 하나”
“블라인드 면접 무력화” 부산대에 대자보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딸 조모(28)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 면접고사 현장에 직접 동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면접고사는 객관성을 위해 지원자 개인정보를 철저히 가리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조 후보자가 결과적으로 이 원칙을 훼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복수의 부산대 의전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14년 7월쯤 딸과 함께 의전원이 위치한 양산부산대병원을 방문했다. 당시 딸은 당시 2015학년도 의전원 입시 2단계 전형인 면접고사 대상자였다. 조 후보자는 면접고사 전날 양산부산대병원 강당에서 열린 예비소집에 딸과 함께 참석했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2014년 입학위원장이었던 김모 교수는 “예비소집일에 조 후보자가 딸의 보호자로 직접 동행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의전원 지원자들은 대학 졸업생들인데도 학부모들이 따라오는 경우가 제법 있다”며 “못 오게 막을 수는 없고 블라인드 방식 면접 원칙을 지켜야 하니, 되도록이면 의전원과 거리가 다소 떨어진 병원 강당에서 예비소집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방문 사실은 다음해 면접고사 대상자들에게도 알려졌다. 2015년 11월 병원 강당에서 열린 예비소집일에 당시 입학위원장이었던 또 다른 김모 교수가 참석,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의 자제 분이 여기 오셨는데, (그 학부모가) ‘어디 묵어야 합니까’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2014년 7월 부산대 의대 교수 한 명이 조 후보자를 우연히 만났고, 숙소를 찾는 조 후보자 물음에 ‘양산에 호텔이 없어서 숙소가 마땅치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가 딸의 입시 현장에 동행해 의대 교수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 행위가 부적절한 것 아니었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조 후보자는 2012년 대선 당시 부산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유세에 참여했고, 이후 2014년까지 활발한 대외활동과 정치적 발언으로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진 상태였다. 의전원 입시는 1단계(영어 20점ㆍ대학성적 30점ㆍ서류 20점)와 2단계(면접 30점)로 진행됐는데, 면접 때는 블라인드 원칙에 따라 면접관들에게 부모의 직업, 집안 배경 등이 가려진 정보만 제공됐다. 조 후보자의 방문이 면접관들 사이에 알려졌다면, 블라인드 조치는 효과가 없는 셈이다.
부산대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지원자에 대한 정보가 블라인드 처리된다는 면접에서 교수님(당시 입학위원장)은 최소한 한 사람의 배경은 정확히 알게 됐다”며 학교에 면접 관련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부산대 의전원 측은 지난 26일 신상욱 원장이 “당시 입학 담당 교수에게 물어봤으나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해명 이후 입을 닫고 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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