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실상 초치…한미 파열음 고조]
외교부 “美 공개비판 자제를” … 해리스 “본국에 보고할 것”
美 국무부 독도훈련 폄훼에 靑 “독도는 누구 땅인가” 반문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후폭풍이 거세다. 보복성 수출 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대일(對日) 압박 수단이었지만 한ㆍ미ㆍ일 3각 안보 공조 체제 와해를 걱정하는 미국이 오히려 더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다. 특히 청와대와 외교부가 28일 미국 측에 이례적으로 항의성 대응을 하면서 한미 정부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조세영 제1차관이 이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불러 면담하고,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최근 한일관계 현안 및 한미관계 전반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 차관은 이날 해리스 대사에게 “한국 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실망했다는 미국 측 입장은 충분히 전달됐으니 더 이상의 공개 불만 메시지 발신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면담 형식이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지만, 한국 정부가 사실상 미국대사를 초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차관은 일본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한일관계 맥락에서 우리 정부 결정이 이뤄진 것이지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없었는데도 공개적으로 미측의 실망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나온 건 오히려 한미동맹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해리스 대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알겠다고 말한 뒤 본국에 관련 사항을 보고하겠다고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같은 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5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우리 군의 동해 영토수호훈련을 놓고 미 국무부가 “한일 양국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산적이지 않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과 관련해 “우리의 정례적인 훈련이다. 독도는 누구의 땅인가”라고 반문하며 “누구에게 인정받아야 할 땅은 아니다. 어떤 국가가 자국의 주권과 안위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에 대해 쉽게 얘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도방어훈련이 아닌 동해 영토수호훈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자국 영토를 지키기 위한 정례 훈련을 미국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 고위 당국자가 11월 지소미아 종료 전 “한국이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고 말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계속 반복해 말씀을 드리는데 지소미아를 종료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으며 “결국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핵심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라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지소미아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 ‘강한 실망과 우려’를 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주말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의 트윗을 통해 주한미군에 대한 위험 증가 문제를 꺼낸 데 이어 27일(현지시간)에는 고위 당국자 발언으로 동맹의 대북 위기 대응 능력 저하 및 중국의 반사이익 경계 등 미국의 ‘안보 이익’을 직접 거론하며 종료 결정 재고를 촉구했다. 매년 두 차례 정례적으로 해온 독도방어훈련에 대해서까지 ‘비생산적’ ‘문제 해결 악화’ 등의 표현을 쓰면서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