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외주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일 해고된 요금수납원 일부는 도로공사에 복귀할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ㆍ노정희 대법관)는 29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368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도로공사가 원고들 업무처리과정에 관여해 관리ㆍ감독했고, 각종 지침을 통해 업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비전형적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용역계약 목적 또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 이행으로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파견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2013년 도로공사를 상대로 “직접 고용에 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도로공사와 외주용역업체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은 사실상 근로자 파견계약이므로 2년의 파견 기간이 만료된 날부터 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도로공사 측은 “외주용역업체가 독자적으로 노동자를 채용하고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 역시 독자적인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으므로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1ㆍ2심은 재판부는 “도로공사가 직접 요금수납 노동자들에게 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업무 지시를 했다”며 요금수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이날 “근로자 파견계약으로 봐야 한다”며 하급심과 같이 판단했다. 다만 소송을 제기한 요금수납원 중 2명에 대해서는 근로자지위 인정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도로공사는 이들 요금수납원에 대한 직접고용 의무를 지게 됐다. 2심 판결 후인 2017년 7월 도로공사는 전체 수납원 6,500여명 중 5,000여명을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 서비스로 편입시켜 채용했다. 하지만 나머지 1,500여명은 자회사 편입을 반대하며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지난달 1일 전원 해고된 상태다. 해고 통지를 받은 수납원 일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서울톨게이트 지붕 위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이어왔다.
노동조합 측은 대법원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고공농성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직접 고용이 가능해진 수납원은 1,500여명 중 300여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수납원들에 대한 판결은 아직 1ㆍ2심에 계류돼 있어 전원이 고용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노조가 어떻게 대응하고 투쟁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알려주는 좋은 판결”이라며 “대법원을 통해 노동자들의 주장이 인정된 만큼 도로공사가 자진해서 해고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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