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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처리 평균 3.7개월… 마음 졸여 치료받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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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처리 평균 3.7개월… 마음 졸여 치료받겠나

입력
2019.08.29 18:24
수정
2019.08.29 19: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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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조사·심의 절차 지연 다반사… 직업성암은 판정 의뢰까지 245일

신청 과정 복잡하고 생계 어려움… 다친 노동자들 ‘이중고’ 시달려

“5개월 걸렸는데 요양급여 석달치”… 노조 없으면 1.6개월 더 길어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7년차 어린이집 교사 이민영(가명)씨는 지난해 4월 요추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라 산재 신청을 하고 싶었지만 “신청 과정도 복잡하고, 디스크는 신청해도 인정되기 어렵다”는 주변의 만류로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망설이던 이씨는 같은 해 9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을 했고, 5개월 뒤인 올해 1월 최종 산재 승인결정을 받았다. 이씨는 “공단이 신청 5개월이 지나 승인하면서도 요양급여는 3개월만 인정해 나머지 2개월에 대한 비용은 내가 감당해야 한다”며 “산재 인정 여부를 빠르게 결정하거나, 요양기간을 충분히 인정해줘야 재해를 입은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를 받지 않겠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들이 재해를 인정받기까지 평균 3.7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재 결정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자들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데다 생계 어려움까지 겹쳐 ‘이중 고통’에 시달린다는게 노동계의 목소리다.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은 29일 국회에서 ‘산재요양 처리기간 단축과 공정한 업무처리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2017년 이후 지난 4월까지 산재 요양 신청을 한 노동자 159명에 대한 설문ㆍ면접 조사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를 신청한 후 결정 통보까지 평균 3.7개월이 걸렸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근로자(3.4개월)보다 무노조 사업장 노동자(5.0개월)의 결정 기간이 1.6개월 더 길었다. 산재 결정까지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승인여부에 대한 불안감으로 안정적 치료 못 받음(71.2%ㆍ중복응답)’, ‘휴업 급여 등이 늦어져 생계 어려움(74.8%)’, ‘충분한 요양 없이 직장에 복귀해 질환이 만성화됨(67.6%)’ 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산재보험의 개선점도 ‘산재 처리 신속성(56.9%)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산재 승인 절차가 늦어지는 것은 근로복지공단 개별 지사의 재해조사 기간이 길고, 업무상 재해 여부를 가리는 합의기구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의 심의도 지연되기 때문이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신청 후 공단에서 질판위로 판정을 의뢰할 때까지 근골격계질병은 72.9일, 뇌심혈관계질병은 57.8일, 정신질병은 67.7일, 기타질병 147.1일, 직업성 암은 245.6일이 소요됐다. 이후 이뤄지는 질판위 심의도 법정 처리기한(20일 이내)을 지킨 비율이 46.6%(2018년 기준)에 불과했다. 특히 공단이 처리기한을 넘겨도 재해 노동자에게 별도의 지연사유를 안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아무런 공지를 받지 못한 채 심의 결과만 기다려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질판위가 도리어 심사의 신속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동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공인노무사는 “산재 신청 과정에서 노사 간 불필요한 다툼이 많기 때문에 사업주의 의견은 최초 요양 신청 시 의견서 제출로 갈음하고, 질판위에서 사업주가 진술할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평식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장은 “질판위를 합의기구로 운영하는 나라는 없는데, 우리나라는 합의기구로 운영하고 있어 노동자들이 절망하는 사례가 많은 건 사실”이라며 “합의기구로 계속 운영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해 노사정 논의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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