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고, 신용대출 금리도 연 4%를 밑돌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시중금리 내림세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더욱 가팔라진 영향인데, 대출금리 하락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도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금 금리도 동반 하락하며 은행 정기예금 중 금리 연 2% 미만 상품의 비중이 95%에 육박하며 완연한 ‘1%대 금리’ 시대에 접어든 형국이다.
한은이 29일 발표한 ‘7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취급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수신금리는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연 1.69%, 대출금리는 0.09%포인트 내린 연 3.40%로 집계됐다. 수신금리는 2017년 10월(1.63%), 대출금리는 2016년 11월(3.36%)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은행 예대 금리가 한은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 전환한 2017년 11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특히 가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진 2.64%를 기록했는데, 이는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1년 9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직전 최저치는 2016년 7월 2.66%였다. 이런 현상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은행채 금리가 지난달 18일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실제 은행채(AAA등급) 5년물 금리는 7월 한 달 간 0.21%포인트(1.66→1.45%) 급락하며 전월(0.09%포인트 하락)보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가계 신용대출 금리 역시 전월 4.23%에서 3.96%로 0.27%포인트 내렸다. 이전까지 신용대출 금리가 연 4% 아래로 떨어진 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4년 10월 이래 한 차례(2017년 8월 3.78%)뿐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대출 금리 하락에는 직장인 단체대출 실행 등 일시적 요인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대출금리 하락은 가계의 대출 수요를 자극하기 쉽다. 지난해 9ㆍ13 대책을 비롯한 주택담보대출중심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입주 및 분양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올해도 주택담보대출(2금융권 포함)은 전년동기 대비 4%대 중반의 낮지 않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풍선 효과’까지 작용해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시장 예상대로 한미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은행 정기예금 중 금리 2% 미만 상품 비중은 한 달 새 88.4%에서 94.3%로 급증했다. 반대로 금리 2~3% 상품은 11.6%에서 5.7%로 반토막 났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