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젊은 정치]릴레이 인터뷰<26> 이승윤 국회사무처 청년과미래 부산광역시 부대표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정치인이 많아지려면 그만큼 도전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모든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니, 사실 지역의 청년들은 애당초 첫 기회에서부터 큰 장벽을 마주하고 시작하는 셈이죠.”
이승윤 국회사무처 청년과미래 부산광역시 부대표는 매주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법안을 고민하는 ‘대학생 국회’의 일원이다.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그는 일찌감치 정치활동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간여하고 있지만, 지방의 청년으로 답답한 상황도 많았다고 한다.
청년을 비롯한 비정규직 등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재들이 가장 대변되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하는 그가 보는 ‘청년의 정치’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길”이다.
그는 “지역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나 프로그램들이 많아진다면, 또 당면한 세대의 이슈를 심도 있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정치인이 많아진다면 정치 세대교체도, 선진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다음은 일문일답.
-대학생 국회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저는 국회사무처 소관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에서 활동 중이에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기획하고. ‘대학생 국회’가 있어서 법안을 만들어보고, 제안도 하고, 의원님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발의로 이어지도록 하고요. 전국적으로는 ‘청년의 날’ 행사도 준비해요. 작게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해나가고요. 제 경우에는 지방 소재 학생들이 수도권 학생에 비해 명사들을 만나거나, 동기부여를 받을 기회가 적다는 점에 착안해 관련한 명사초청 강연 캠프 등을 기획하고 있어요.”
-일종의 모의 국회 같은 거네요.
“기존 모의 국회는 체험에 그쳤다면, 실제 법안을 직접 만드는 게 차이점이에요. 정보위원회 등 몇 가지를 빼고는 실제 상임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전부 운영하고 있고, 각 상임위마다 멘토 의원들이 계세요. 만든 법안을 구체화시켜 발의해주시는 것까지 연결이 돼요.”
-정치 활동에 대한 관심은 원래 있었나요.
“어려서부터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선거 때 부산 사상지역에서 유세를 하던 모습도 생생히 기억나요. 사실 처음에는 몇 번 체험을 하다 끝나겠거니 생각했는데, 대학생 국회 동료들과 당시 사회적 화두였던 불법촬영물(이른바 몰카)에 대해서 목소리도 내고 함께 고민하고, 그런 고민들이 구체화 돼 가는 과정을 보면서, 내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기존의 마음이 벽을 깨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좀 더 쉽게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멘토로 활동하시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의대생, 석사과정생 등의 인권 문제, 노동 착취의 문제처럼 기득권 정치인들이 미처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청년이 더 잘 고민하고 의견을 낼 수도 있는 법안이다’라고요. 아무리 정치인들이 대변하려고 한다고 해도, 당사자들이 직접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만큼은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있구나 싶었죠.”
-또 어떤 문제들이 그럴까요.
“아르바이트의 문제도 비슷해요. 기성 정치인 분들 중 아마 아르바이트 해보신 분들 그렇게 많지 않을 거예요. 지금의 일당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세세하게 인권이 침해되는 부분, 생각보다 많거든요. 그럼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정규직들이 현장에서 겪는 수 많은 문제들도 마찬가지고요.”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가장 컸던 고민이 뭐였나요.
“저는 행사 진행 요원 아르바이트를 주로 많이 했는데, 그냥 업주가 ‘인간적인 친함’에 어물쩡 넘어가려는 것들이 많았어요. 주휴수당도 제대로 주지 않거나 하면서요. 이걸 안 주려고 하면 청년 입장에서는 노동청 가야하고, 3자대면 해야 하고, 입에 담지 못할 말도 들어야 하고 그래서 포기해버리기도 하고. 아르바이트생뿐만 아니라 여러 비정규직들도 비슷할 거고요. 어찌 보면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재들이 가장 대변되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정치권이 청년을 모른다는 생각을 특히 언제 했나요.
“경남도의 한 야당 의원이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못 갚는 것은 99% 학생 자신의 책임이다’라고 발언한 적이 있었어요. 정말 너무 화가 났어요. 지방에 이름 없는 대학에 다닌다고 해도, 모든 학생들이 학원하고, 아르바이트하고, 도서관을 다니면서 기성세대가 만들 틀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처절하게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정치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많은 자괴감을 유발해요. 기성세대가 청년의 문제를 말한다는 게 저런 한계를 가져오나 싶기도 하고요.”
-주변 청년들 생각도 비슷하던가요?
“주변 청년들은 솔직히 직업 정치인에 대해 보는 시선이 매우 안 좋아요. 자기 또래에 대해서도 정치를 한다는 것 자체를 좋지 않게 본다고 할까요. ‘너 정치해? 너 그런 이상한 애였어?’하는 느낌인 거죠. 하지만 그런걸 떠나서 우선 직업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기회도 없고 과정도 힘겹다는 생각도 해요. 청년들을 위한 정당의 각종 과정이나 행사만 해도, 중앙당 중심인 경우가 많고 지방에서는 참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거든요.”
-다들 어렵고 멀게 생각하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도전을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주위에 많아요. 대부분 금방 지쳐서 포기하거나 겉도는 느낌이라는 점이 문제지만요. 학생 때 한 정당에서 정말 열심히 활동했는데, 어느 순간 이 길이 아니구나, 여기서는 희망이 없구나, 전망이 없구나 하고 느껴서 기업 인턴을 시작한 분들도 있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길인 거예요.”
-포기한 분들이 주변에 많나요?
“정작 당에서 노력한 사람이 인정 받아야 하는데, 평소에 대학생위원회나 청년위원회 소속 당원들은 행사 등에서 활용하고, 정작 청년을 위한 자리나 목소리는 결정적일 때 외부에서 수혈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운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주변에 많은 분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당을 떠나더라고요.”
-그래도 기대를 걸어 본 정치인은 없었나요
“각 당의 가장 젊은 의원님들에게 공통적으로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청년 문제에 대해서.”
-이것만큼은 고민됐으면 한다는 내용이 있을까요.
“지역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나 프로그램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일반인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처음 활동을 시작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 정당에 가입해, 자기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활성화된 아주 일부의 곳을 제외하고는 지역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활동할만한 무언가가 이뤄지는 곳이 많지 않더라고요. 사실 좋은 정치인이 많이 나오려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평소 정치활동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기회들이 다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보면,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아예 첫 출발에서부터 열외가 되는 거니까요.”
-정치권이 전반적으로는 이렇게 변했으면 한다는 내용이 있다면요.
“정치인들은 사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보수냐, 진보냐, 동쪽이냐, 서쪽이냐, 이 구조만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이슈들이 계속 우리 사회에 터져 나오잖아요. 젠더 갈등, 양극화 등도 그렇고요. 솔직히 예전에 정치하던 분들을 보면 이런 문제에 대해 너무 둔감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진짜 우리 사회에서 고민돼야 할 문제들인데. 이런 이슈의 급변을 캐치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또 정치권이 정치를 가깝게 느끼고, 정치혐오를 없앨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요. 또 청년의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들이 많아진다면, 당면한 이슈를 심도 있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정치인이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청년들도 자기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지면, 점점 더 정치를 통해 그런 표출을 하고 싶지 않겠어요. 정치를 하는 사회의 힘,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힘이 확대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글ㆍ사진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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