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6일 일정으로 태국ㆍ미얀마ㆍ라오스 등 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기 위해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1일 태국에 도착했다. 공식방문하는 태국과 국빈방문하는 미얀마는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2012년 이후 7년 만의 방문이다. 라오스 국빈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방을 마치면 취임 후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을 모두 찾겠다는 약속을 조기이행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전략의 하나인 신(新)남방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됐다.
문 대통령은 1∼3일 태국 방문 기간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정상회담 등을 통해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양국 간 실질협력 증진 방안을 협의한다. 태국은 아세안 국가 중 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크다. 2일에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한국 중소기업의 통합브랜드인 ‘Brand K’ 글로벌 론칭 행사도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이어 3∼5일 미얀마를 방문해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의 정상회담, 윈 민트 대통령과의 면담 등을 통해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등을 협의한다. 한국 기업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경제협력 산업단지’ 기공식에도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이 산단은 한국 기업을 위한 미얀마 최초의 산단이자 한국 공기업이 신남방국가에서 산단을 조성하는 최초의 사례다. 기공식은 비즈니스 포럼과 함께 열린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수치 국가고문과의 회담에서 로힝야족 학살 논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피난민들의 자발적이고 안전하며 존엄한 귀환을 위한 환경이 조속히 조성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에 따라 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6일에는 라오스를 방문, 분냥 보라치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양국 간 수력발전을 포함한 실질협력 확대 방안 등을 협의한다. 한국형 농촌발전 모델을 토대로 한 농촌공동체 개발 지원사업 확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협력 MOU(양해각서) 등을 비롯한 양국 간 협력의 제도적 기초에 대해 합의도 추진하고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번 순방에 따라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게 된다. 인도를 포함한 신남방정책 대상 11개국 방문도 마무리된다.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아세안 10개국 방문을 마무리하는 것은 11월 부산에서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ㆍ메콩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다. 청와대는 이들 회의를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신성장 동력의 주요 축인 아세안 및 메콩강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시장 잠재력이 큰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신남방정책 추진의 중요성은 일본의 무역보복 사태 이후 더 커지고 있기도 하다.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무역 형태를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때문이다. 시장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신남방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대형 이벤트’가 될 수도 있는 점도 정부와 청와대는 염두에 두고 있다.
방콕=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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