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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자회사 소속 정규직화, 갈등 씨앗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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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자회사 소속 정규직화, 갈등 씨앗 뿌렸다

입력
2019.09.03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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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식 추진에 처우 개선 뒷전…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제시 필요

2일 오전 청와대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도로공사의 용역업체 소속으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업무를 맡다가 해고된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청와대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도로공사의 용역업체 소속으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업무를 맡다가 해고된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대법원이 자회사 고용을 거부한 용역업체 소속 요금수납원을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선고하면서 비정규직의 ‘자회사 소속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15만6,821명(6월말 기준)의 비정규직은 원청에 직접 고용되거나 자회사에 고용되는 식으로 고용불안을 해소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처럼 극심한 노사, 노노갈등이 야기된 곳도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비정규직 직접고용 외에도 자회사를 만들어 기존 용역ㆍ파견직을 고용할 수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3단계로 시행 중인 정규직화 1단계(정부부처ㆍ지방자치단체ㆍ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 완료자(15만6,821명ㆍ6월말 기준) 5명 중 1명 꼴로 자회사(2만9,914명ㆍ19.0%)에 고용됐다.

하지만 노동계에 따르면 속도전을 하듯 정규직화가 진행되면서 처우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조폐공사의 자회사 콤스코시큐리티투게더 노조 박병철 지부장은 “여러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하나의 자회사로 통합되면서 임금체계 논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기존에 받던 임금 기준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새 임금을 산정하는 바람에, 똑같이 전기관리 업무를 하는데도 서로 다른 임금을 받는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5월 자회사인 콤스코투게더와 콤스코시큐리티를 만들어 경비 및 청소ㆍ시설관리 업무를 하던 136명의 파견ㆍ용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고용노동부가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 사례로 제시되기도 했던 곳이지만 실제로는 임금격차 문제로 노노갈등을 겪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자회사 전환 시 용역업체가 가져가던 이윤을 노동자 처우개선에 쓰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자회사 중진공파트너스㈜ 노조 관계자는 “자회사로 전환되면서 이윤이 2.5배 가량 늘었지만, 이른 인건비로 돌리지 않아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지난해 7월 185명의 파견ㆍ용역직을 자회사로 흡수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올리기 위주로 빠르게 정규직화가 진행되면서 자회사 전환 방식이 남발된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제는 양적 성과가 아닌 질적 성과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자회사로 전환하더라도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갈등도 생길 수 있고 예산 문제 등으로 당장 획기적으로 처우 개선을 하긴 어렵다”면서 “노사전문가 협의회와 같은 기구를 통해 꾸준히 대화하고 정규직화 목표를 명확하게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기관 등이 자회사 전환을 정규직화 정책에 맞게 했는지 따져볼 수 있도록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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