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ㆍ태양전지 등 산업 활성화 기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표적인 첨단소재인 그래핀과 은나노 물질의 특성 정의와 측정방법 국제표준 2종을 선점했다. 특히 은나노 분야의 경우 우리보다 기술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제해 표준화 작업을 준비한 것이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가 국제표준을 선점함에 따라 이 소재들이 주로 사용되는 반도체,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우리나라가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제안한 ‘그래핀 2차원 물질의 특성 및 각 특성별 측정방법’과 ‘은나노 입자 특성 및 측정방법’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고 3일 밝혔다. 두 국제표준 모두 국표원이 지원하는 학술연구용역사업과 국가표준기술력향상사업을 통해 국제표준 안으로 개발됐다. 약 5년에 걸친 논의와 검증 과정을 거쳐 국제표준으로 확정됐다.
‘은나노 입자의 특성 및 측정방법’은 은나노 물질이 항균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입자의 크기를 규정하고, 섬유, 건축자재, 필터, 디스플레이 등 제품에서 은나노 입자의 분포와 함유량 등을 측정ㆍ확인할 수 있는 표준이다. 이 국제표준은 지금까지 없던 시험방법을 규정함으로써 은나노 물질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은나노 관련 국제 표준은 이 분야를 선도하는 일본과 경쟁해서 따낸 점에 의의가 있다. 일본은 은나노 관련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측정방법에 대한 표준화 작업은 더뎠다. 반면 국표원은 2009년부터 은나노 입자에 대한 분석과 항균력 실험에 주력했고,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 결과 풍부한 데이터 확보와 체계화를 일본보다 빠르게 완료했고, 이번 국제표준 제정까지 이뤄냈다.
‘그래핀 2차원 물질의 특성과 측정방법’은 그래핀 물질의 물리ㆍ화학ㆍ전기ㆍ광학적 주요 특성을 정의하고 해당 특성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 방법을 규정하는 표준이다. 그래핀은 탄소가 0.2㎚(10억분의 1m) 두께 벌집 모양의 단층 평면구조로 결합한 나노물질이다. 전기 전도성이 구리보다 약 100배 뛰어나고 열전도성은 다이아몬드의 2배 이상이어서 초고속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이차전지 등에 사용된다.
나노 소재의 특성과 측정방법을 규정한 국제표준은 소재 관련 분야의 다른 표준개발에 필요한 지침서가 되는 핵심표준이다. 이에 따라 국표원은 향후 국제표준 개발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나노소재에 대한 측정방법을 우리 기술 중심으로 표준화한 만큼 국내 기업이 이 분야 시험ㆍ평가장비 시장을 선점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첨단소재 관련 국제표준 제정으로 측정장비, 제품 등 관련산업에서 국제 규제에 신속,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디스플레이, 건축자재, 필터 등 은나노, 그래핀 관련 산업도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승우 국표원장은 “첨단소재 분야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나노기술 표준화의 선도국임을 확인한 것”이라며 “첨단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 선점과 기업에 대한 국제표준화 지원활동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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