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28> 송유현 서울대학생유권자센터 부대표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년 생태계’라는 것도 서울에만 집중 돼있어요. 더더욱 청년들이 서울로 빨려 들어오고, 지역 단위 청년들은 기댈 수 있는 곳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 목소리 내고 싶은데 막막한 청년들을 위해 하나의 안전망으로서 청년 단체 활동을 하는 이유입니다.”
송유현(25) 서울대학생유권자센터 부대표는 경기도 광명이라는 ‘지역’에서, ‘청년’이라는 세대를 고민하며, ‘정치’를 해법으로 삼으려는 시민사회 활동가다. 동시에 정당 활동을 하면서 당내 한계에 부딪혀 꿈을 접는 많은 이들을 보며 이제는 정치권이 청년을 바라보는 천편일률적인 시각과, 이들을 진정한 동반자로 바라보지 않고 이미지 소비만 거듭하는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를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이하 일문일답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고 보나.
“청년을 위한다곤 하지만 실제 청년들의 삶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지자체나 국회의원들은 창업 등 쉽게 떠오르는 말만 하죠. 정책이 분절화되고 삶이 담기지 못해요. ‘청년의 목소리에 집중한다’고는 하지만 정말 청년을 위한다기 보다는, 동원해서 사진 찍고 유권자들에게 홍보하는 용도라 봐요.”
-정치권이 청년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느낀 경우가 있다면.
“창업이요. 정치인들에 청년 일자리를 위한 정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다 창업이라고 대답해요.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은데 하나로 치환하는 거죠. 청년의 삶을 실제로 경험해 보거나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보거나 해야 하는데 정치인이 만나는 청년은 토크콘서트에서 간헐적으로 만나는 청년, 당 활동하는 청년, 지역위원회에서 어쩌다 만나는 청년들에 한정되어 있어요. 목소리를 듣는 채널 자체가 협소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당사자인 청년과 생각의 미스매치가 굉장히 심하죠. 정치권이 ‘청년정책은 이럴 것이다’라고 앞세우는 것들이, 막상 들여다보면 구멍이 많은 식이죠. 이 간극을 메우려면 진짜 청년의 삶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해요. 토론회도 열려야 하고 데이터도 필요하지만 부족하다 보니, 삶과 정책이 따로 움직이고 공허한 외침이 되는 거죠. 예를 들어, ‘흙수저’에 이어 이제 ‘흙밥’이라는 말까지 나왔거든요.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제일 먼저 줄이는 것이 밥이에요. 휴대폰 통신비나 노트북 등 비용은 네트워킹 때문에 고정적으로 지출할 수 밖에 없으니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게 밥인 거예요.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권 논의에 이런 청년들의 삶이 과연 충분히 녹아 들어 있을까요.”
.-‘직업 정치인’을 꿈꾸나.
“어렸을 때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20살 때 정당에 가입하고 정당활동도 했지만, 현실 정치에 대한 벽이 너무 높다는 걸 절감했어요. 지금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기보다는 가능성만 열어놨어요. 시민사회에 관심이 더 많아요. 시민사회와 정당 사이에 걸쳐 있는 것 같아요.”
-본인에게, 주변 청년들에게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이란 어떤 의미인가.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현실의 벽이 굉장히 높아요. 다른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당 안에서 공천 받기도 굉장히 어려워요. 공천을 못 받는 것에 1차적인 무력감을 느껴요. 지방 의회는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야 해요. 공천권이 그에게 있으니까요. 내가 원하는 방향보다는 국회의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죠.
출마를 결정했을 때 제일 걸림돌이 되는 건 돈이에요. 당장 시의원으로 출마하려면 최소 4,000만원이 들어요. 본선거만 돈을 보전해주는데, 예비선거만도 1,000만원은 족히 필요하고요. 신용이 낮은 청년들이 대출을 선뜻 받기도 어렵죠. 정치하고 싶은 의지가 있어도 출마하지 못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거죠. 저조차도 지인들이 ‘정치할 거냐’ 물으면 주저하게 돼요. 청년이 놓인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자리를 얻고자 수단 가리지 않고 기성 정치인에게 잘 보이는 것만 골몰하고 실제 청년 삶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하진 않는 청년이 정치권에도 많아요.”
-예를 들자면.
“생물학적 ‘당사자’인 것만 중요시하면 오히려 함정에 빠지기 쉬워요. 청년임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인 청년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그러니까 당사자적 인식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꽤 있어요. 정치를 하겠다는 목표의식만 확고하다 보니 정치인들에게 얼굴 도장만 찍고, 사진을 찍기만 하고 실제 청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거죠. 점차 다양한 청년을 만나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청년들이 당에 들어왔다가 불편함을 느껴서 나가는 경우도 있어요. 역설적이죠. 정치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정치인이 될 가능성도 높아요.”
-여의도에서 ‘성공한’ 청년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든 까닭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회 입성 과정이 너무 험난해요. 30대 후반이라면 모르지만 2030 중반까지는 (지역구 공천이) 어려워요. 비례대표를 하기 위한 경선 과정은 또 어떻고요.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높은 비례대표 순번 앞자리는 안 주잖아요. 능력을 보기보다는, ‘청년 한 명 꽂았어’ 라는 시혜적 생각이 있다고 봐요. ‘청년을 위한 자리 하나는 줄 테니 너희끼리 경쟁해서 들어와’라는 식이죠.”
-그렇게 입성해도 한계가 클 듯 한데.
“(청년 정치인) 한 명이 대변해야 하는 인원도 너무 많아요. 장애인 청년, 비진학 청년 등 세대로는 ‘청년’이라 똑같이 묶여도 층위는 굉장히 다양한데, 그 다양한 사람을 한 명이 보편적으로 대변하기 어렵죠. ‘청년 대변인’ 등 직함 앞에 ‘청년’을 붙여서 해서 자리를 주지만서도 청년 이슈는 몽땅 그 젊은이가 다 해결하라는 식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젊은 감수성을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되는 건데, 그게 아니라 ‘네가 청년은 다 맡아’라고 하는 거죠.
국회만 보더라도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나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있지만, 이들도 흩어져 있어요. ‘청년’이라는 공감대가 있으면 정파와 관계 없이 그 의제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이 점에 공감하는 청년도 정당 안에 많아야 하고요. 그래야 국회 안에 모임도 생기고 청년 담론이 확산되겠죠. 예컨대 ‘청년기본법’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 지자체마다 조례를 만들면서 우왕좌왕하고 있어요. 정당 안에 있는 청년이 다 함께 논의 테이블에 앉아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내 문화 중 청년들에게 가장 장벽이 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당내 활동을 해온 청년들은 마음 속에 불만이 쌓여 있어요. 평소 돈도 받지 않고 열심히 일했지만, 막상 결정적인 자리가 생기면 당 외부 청년들이 선택되는 게 반복되는 거에요. 그러니 당원들도 정당 활동에 대한 효능감과 신뢰도가 없어요.”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젊은 정치인의 상이 있다면.
“‘명확한’ ‘이상적인’ 이런 걸 규정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걸 만들게 되면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계속 변화해야 하고, 정치인은 그 시대의 시대성을 갖춰야 해요. 이면에서 청년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알아야 하는 건 기본이고, 자기 철학을 가져야 하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내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도 알아요. 학습능력도 중요하고요. 충분히 학습하지 않고 비서들이 써준 내용을 줄줄 읽는 사람들도 많아요. 자기 얘기를 충분히 하려면 학습능력이 있어야 해요. 무엇보다 자기 생각을 하고 정치 실험도 충분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조희연 인턴기자, 정리=이정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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