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
관객 468만명을 동원한 영화 ‘신세계’에서 범죄조직 골드문의 2인자 정청(황정민 분)은 홍콩 폭력조직 삼합회(三合會) 조직원들과 함께 한 월병 가게를 찾는다. 중국 추석인 중추절(中秋節)을 대표하는 음식인 월병은 극 중에서 정청이 경찰청 강 과장(최민식 분)에게 뇌물을 건네려다 거절 당하는 장면에서 다시 등장한다. 극 중에 나오는 월병 가게는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십리향’이다. 중국식 화덕만두를 파는 중식당인데, 메뉴에 월병은 없다.
최고 시청률 18.8%를 기록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바둑대회에 참가한 최택(박보검 분)을 따라서 중국에 간 성덕선(혜리 분)은 숙소인 호텔 인근 한 일식 집 앞에서 1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최택을 위해 초밥 도시락을 사기 위해서다. 극 중에 등장하는 일식 집은 중국이 아닌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대창반점’이다. 20년 역사를 지닌 작은 중식당으로, 초밥은 팔지 않는다.
‘한국 속의 작은 중국’ 인천 차이나타운은 한국과 중국이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광고에 배경으로 등장했다.
5일 인천영상위원회와 인천관광공사, 인천 중구에 따르면 현빈과 유지태 등이 출연한 영화 ‘꾼’은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액션 신을 촬영했다. 임창정과 최다니엘 주연의 ‘공모자들’, 최민식과 장바이즈(장백지) 주연의 ‘파이란’, 류덕환과 백윤식 주연의 ‘천하장사 마돈나’ 등에도 차이나타운이 배경으로 나온다. 임창정 주연의 ‘창수’, 김윤석과 변요한 주연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김석훈과 명세빈 주연의 ‘북경반점’ 등도 차이나타운에서 촬영했다.
‘가화만사성’, ‘오만과 편견(이상 MBC)’, ‘냄새를 보는 소녀’, ‘쓰리 데이즈’, ‘스위치-세상을 바꿔라(이상 SBS)’, ‘응팔(tvN)’ 등 드라마에서도 차이나타운이 등장하는데, 응팔의 일식 집 장면처럼 때로는 실제 중국을 대신하기도 한다.
북성동과 선린동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차이나타운은 인천항이 개항(1883년)한 이듬해인 1884년 청국영사관이 생긴 뒤 중국인 2,000명가량이 옮겨 오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현재도 화교가 운영하는 가게와 화교학교 등이 있어 적지 않은 화교가 거주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은 붉은 간판과 홍등으로 물들어 있는 중식당 거리에서는 화교가 만드는 짜장면과 중국의 전통 간식 탕후루, 만두, 양꼬치 등을 맛볼 수 있다. 차이나타운은 삼국지ㆍ초한지 벽화 거리, 중국신 전통 대문인 패루 등 볼거리도 가득하다. 청나라와 일본의 조계(외국인이 치외법권을 누리며 자유롭게 거주하는 구역)가 맞닿아 있던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과 우리나라 짜장면의 원조 집인 옛 공화춘 건물을 개조해 만든 짜장면박물관 등은 차이나타운을 대표하는 곳이다.
차이나타운 주변에는 1888년 개항장 내에 조성된 한국 최초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과 한중문화관, 인천개항박물관, 한국근대문학관, 인천근대건축전시관, 인천아트플랫폼, 송월동 동화마을, 신포국제시장 등도 있다. 차이나타운은 1호선ㆍ수인선 인천역에서 내리면 가깝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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