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에서 발병하기 시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영향으로 국제 육류가격이 7개월 연속 올랐다. 하지만 국내에선 ASF가 발병하지 않았음에도, 소비부진과 공급과잉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지난달 식량가격지수(2002~2004년 평균=100 기준)는 전월 대비 1.1% 하락한 169.8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곡물 가격이 한 달 전보다 6.4% 줄어 하락세를 주도했다.
반면 육류가격지수는 한 달 사이 0.5% 오른 179.8포인트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60.1포인트를 찍은 뒤 7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1월 대비 12.3%나 높은 수준이다.
육류 가격의 상승세는 돼지고기 가격의 상승 때문으로 분석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제 닭고기 및 양고기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쇠고기는 호주 등 일부 수출국의 통화 약세로 미국 달러 기준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 반면 돼지고기의 경우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ASF가 발생해 생산이 감소, 수입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국내 돼지고기 가격은 국제 가격과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따르면 지난달 국내산 냉장 돼지고기(중품) 100g당 평균 가격은 1,890원으로 평년의 2,181원보다 13.3% 하락했으며, 산지 가격 역시 1㎏당 4,161원으로 전년보다 13.6% 감소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구제역 등 질병이 크게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 농가들이 사육두수를 늘려 생산이 늘어난 반면, 회식문화 변화로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중국 ASF 발발로 인한 가격 상승은 아직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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