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자체가 아니라 사형 집행 방식을 두고 인간적이니 비인간적이니 다투는 행위 자체가 난센스라는 취지로 ‘덜 비인간적인 사형법은 없다’고 한 적이 있다. 사형 제도 자체의 불가역적 폭력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철저히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고통의 물리적 강도나 시간, 심리적 공포, 압박감 등에 근거해 덜 비인간적인 방법은 있다. 프랑스의 마지막 사형 집행인 마르셀 슈발리에(Marcel Chevalier)를 소개하며 살펴본 기요틴(단두대) 처형이,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배경의 사극에 가끔 등장하는 망나니들의 단두 처형은 군중들에게 형벌의 공포를 유포 전시하기 위한 행위이기도 했다. 술 취한 망나니들은 칼을 실제 내려치기 전까지, 마치 칼이 닿을 자리를 가늠하기라도 하듯 사형수의 목에 칼날을 이리저리 갖다 대며 그 섬뜩한 질감을 느끼게 하곤 했다. 사형수가 중간에 실신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단칼에 형 집행이 끝나는 예도 드물었다. 사형수 가족들이 망나니에게 건네던 ‘촌지’에는 최대한 빨리, 깔끔하게 집행해달라는 청이 담겨 있었다.
고대 페르시아의 형벌로 알려진 스카피즘(Scaphism) 처형법은 사형수로 하여금 가장 느리게, 극단의 고통을 감당하며 죽음으로 나아가게 한 방식이라 할 만했다. 스카피즘은 사람의 몸에 꿀과 우유를 잔뜩 바른 뒤 작은 배나 뗏목에 묶어 벌레들이 들끓는 늪지대에 띄워두는 처형법이다. 그래서 기정형(棄艇刑)이라 하고, 노충형(露蟲刑)이라 한다. 벌레들이 제 몸을 뜯어먹고 살 속으로 파고들고, 알을 낳는 모든 과정을 사형수는 감당해야 한다. 탈수와 패혈증 등으로 숨질 때까지 20일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는 말이 있다. 스카피즘이란 말은 ‘속을 파내다(skaphe)’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이다. 당연히 벌레들은, 형 판결자의 의도대로, 구멍을 통해 몸속으로도 파고들었을 것이다.
1977년 9월 10일 아침, 프랑스 마르세유 보메트(Baumettes) 교도소에서 마지막 기요틴 처형이 마지막 ‘파리 드 무슈’였던 슈발리에에 의해 집행됐다. 사형수는 전 애인을 납치해 모진 고문 끝에 살해한 하미다 잔두비(Hamida Djandoubi)라는 28세 튀니지 출신 청년이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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