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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유죄 확정] ‘미투’ 18개월 만에 최종 판결…‘성인지 감수성’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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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유죄 확정] ‘미투’ 18개월 만에 최종 판결…‘성인지 감수성’ 재확인

입력
2019.09.09 16:42
수정
2019.09.0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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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6월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6월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수행비서였던 피해자 김지은씨의 ‘미투(#Me Too)’ 폭로가 나온 지 1년 6개월 만의 확정판결이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우선적으로 인정해준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성폭행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성인지 감수성’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란 평가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스위스와 러시아 등 해외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10가지 혐의에 대해 1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2017년 8월 도지사 집무실에서 있었던 강제추행 1건을 제외한 9건을 유죄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2심 결과를 그대로 인정했다.

물리적 증거를 찾기 어려운 성범죄 사건에서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을 얼마나 인정할 것이냐를 두고 양측은 치열하게 다퉜다. 1심은 김씨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폭력을 당하고도 안 전 지사가 좋아할 식당을 찾거나 술집에 함께 갔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씨 행동이 피해자답지 않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1심 재판부는 “나름 거절의 뜻을 밝혔다”는 김씨의 항변에 대해 “통상적 수준의 거부나 저항이 없었으면 성폭력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안희정 전 지사범행별 유ㆍ무죄 판단 / 강준구 기자/2019-09-09(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안희정 전 지사범행별 유ㆍ무죄 판단 / 강준구 기자/2019-09-09(한국일보)

하지만 2심은 “피해자 김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됐다”며 한 차례 강제추행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오히려 안 전 지사의 진술 내용이 계속 바뀌어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피해자다움’에 대해선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그 내용이 구체적이며 모순된 부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대목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가해자 중심의 문화로 인해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입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차 피해에 노출되는 걸 걱정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 입장을 고려해 그의 진술과 행동을 판단하라는 것이다. 피해자 측 변호인단의 정혜선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교정하라는 성인지 감수성을 대법원이 다시 한번 판례로 확립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현직 도지사이자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 전 지사의 존재 자체가 ‘위력’이라는 원심 판단도 인정했다. ‘위력은 있었으나 행사되지 않았다’던 1심 판단을 부인한 것이다. 대법원은 “실제 유형력이 행사됐는지가 아니라,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정도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지사의 뜻을 거부할 수행비서가 있느냐는 것이다.

방청석에서 판결 선고를 들은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법정을 나서며 환호성을 질렀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는 “오늘 대법원은 ‘피해자다움’에 갇혔던 성폭력 판단 기준이 잘못됐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이제 피해자다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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