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텀블러를 사용하면 납에 중독된다.”
“텀블러 하나의 수명은 고작 6개월이다.”
“텀블러를 쓰는 게 오히려 더 많은 탄소를 발생시킨다.”
지난해 발생한 ‘쓰레기 대란’ 이후 환경보호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텀블러ㆍ에코백 사용 운동이 벌어지자 반대급부로 제기되고 있는 주장들이다. 텀블러나 에코백을 생산할 때 많은 양의 탄소가 발생되는데, 적게는 수백 번 많게는 수만 번까지 재사용해야 실제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는 게 골자다. 텀블러 속 재질이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탓에 녹이 슬면서 납 중독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6개월마다 교체해야 한다는 ‘텀블러 괴담’도 널리 퍼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게 환경보호에 더 도움 된다는 역설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텀블러나 에코백 같은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히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찬희 서울대 그린에코공학연구소 교수는 “다회용품을 생산하고 분해하는 데도 환경 파괴가 일어나겠지만, 이로 인해 전체 플라스틱을 덜 사용한다고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에 비하면 크지 않다”고 단언했다.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간사는 “텀블러를 3,000번 써야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는 말이 많아서 그런 인식이 생긴 것 같은데, 따져보면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다”며 “하루에 세 번 정도 음료를 섭취하면 100일이면 그 횟수가 다 채워지고 1년만 써도 3,000번이 넘는다”고 말했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일회용품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텀블러 6개월 수명설’도 마찬가지다. 텀블러의 주 재료로 사용되는 스테인리스는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한다면 다른 주방용기들처럼 안전하다. 김 간사는 “도시락도 스테인리스 재질인데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지 않으냐”며 “스테인리스 연마제를 제거하고 사용하면 5년이든 10년이든 제 역할을 할 수 있고 당연히 다회용품을 쓰는 게 환경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더 좋다”고 강조했다. 근거 없는 괴담이니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텀블러와 에코백 등을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더 중요한 의미는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환경보호를 위해 텀블러 사용 등 한 가지 행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이와 비슷한 또 다른 환경보호 행동으로 나아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텀블러ㆍ에코백 사용은 하나의 문화”라며 “일회용품을 줄이겠다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돼 나가는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몇 번 사용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 가지 텀블러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텀블러나 에코백 등을 남용해 다회용품을 일회용품처럼 쓰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사용자들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직접 준비해서 가져가야 하는 거지, 무분별하게 나눠주면 자원의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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