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2만5000명 줄면 지역경제 타격
국방부 주민의견 수렴 없어 반감 커져”
강원 5개 자치단체 연대해 공동 대응
한가위 명절을 맞았지만 휴전선과 인접한 강원 접경지역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군 부대 해체와 재배치를 골자로 한 정부의 ‘국방개혁2.0’에 따라 부대가 떠나면 앞으로 먹고 살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접경지 자치단체는 국방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국방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국방개혁2.0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강원도가 도의회에 보고 한 자료를 보면, 양구 육군보병 제2사단과 27사단이 올해와 2022년까지 해체된다. 철원에 주둔하는 6사단은 2024년까지 경기 포천으로 이동한다. 강원도는 부대 해체와 재배치로 병사 2만5,900명이 줄고, 간부는 3,750명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군 장병이 지역 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절반, 많게는 70% 이르는 강원 접경지역 입장에선 단순히 흘려 들을 얘기가 아니다. 로컬푸드 군납 감소 등까지 감안하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전망이다.
군 당국이 지난 3일부터 철원과 화천, 고성에서 국방개혁 필요성을 설득시키려는 간담회를 가졌지만 지역 사회의 반발은 오히려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대안 없이 일방통행식 통보만이 이뤄졌다는 불만에서다. 간담회가 끝나자 “병사들은 줄지만 간부가 늘어나 괜찮다. 상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의 해명으론 아무도 설득할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양구에선 아예 간담회가 무산됐다. 이상건 양구군의장(2사단 해체철회 범군민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국방부가 비밀유지 서약서를 쓰게 하고, 휴대폰을 회수하는 게 상생인지 되묻고 싶다”며 “그 동안 국가 안보를 위해 주민들이 희생한 대가가 고작 이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인묵 양구군수 역시 “형식적인 비공개 설명회는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양구지역은 육군 2사단 해체와 함께 헬기부대 배치가 추진돼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급기야 화천군과 철원ㆍ양구ㆍ인제ㆍ고성군 등 강원지역 5개 자치단체가 공동행동에 들어갔다.
부대 이전에 따른 유휴부지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피해 주민들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다. 이들 자치단체는 26일 철원에서 회의를 갖고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강원도의회 평화지역 개발촉진지원특별위원회에선, 강원도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위는 국방개혁 2.0의 수정과 국방개혁으로 인한 평화지역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평화지역 재정지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도의회는 “지금이라도 “군부대 철수 시 어떤 영향이 있는지 충분히 살펴야 한다”며 강원도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지역 정가도 전방 부대 해체 및 재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대 이전에 따른 지역경제 파탄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내년 총선은 물론 3년 뒤 지방선거에서도 표를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비단 접경지뿐 아니라 강원지역 전체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분석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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