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김모(45)씨에게 올해 추석 고향 가는 길은 지옥 그 자체였다. 연휴 첫날 조금이라도 교통 정체를 피해보려 아침 일찍 경기 김포 집을 나섰지만 예상은 처참할 정도로 빗나갔다. 고속도로 초입부터 밀리기 시작하더니 정체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김씨가 광주 고향집에 마침내 도착했을 때는 무려 9시간 반이 지난 뒤였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하고 비교해봐도 무려 3시간이나 더 걸렸다”며 “이번처럼 힘든 추석 귀성길은 없었던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귀성객들의 하소연이 줄이었다. 예상은 충분했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지난해 5일간에서 4일간으로 줄었다. 그것도 추석 앞이 짧은 연휴라 서둘러 내려 가려다 보면 귀성길이 더 막힐 걸로 예상되긴 했다. 이런 점을 감안, 국토교통부는 이번 추석 귀성 시간이 최대 1시간50분 정도 늘어날 걸로 내다봤다.
하지만 귀성객들 사이에서 올해가 유독 더 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직장인 윤정희(35)씨는 “일찌감치 매진된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야 했다”며 “버스전용차로가 있었음에도 부산까지 8시간이나 걸렸다”고 토로했다. 이는 정부 예상치(버스 이용 땐 6시간40분)보다 1시간반 가량이 더 걸린 셈이다.
직장인 서경원(33)씨도 “인천 송도에서 경북 의성까지 가야 하는데 처음엔 내비게이션에 ‘3시간반 정도 소요된다’고 떴지만 계속 시간이 불어나다가 결국엔 5시간반만에 도착했다”며 “밀리는 김에 쉬어 가려고 휴게소에 들러봐도 주차에 화장실 이용까지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험난한 귀성길을 인증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허리 뽑힐 뻔”, “오늘 안에 갈 수 있을까”와 같은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네티즌은 “‘지방러(지방 거주자)’는 웁니다. 휴게소 간식은 무슨, 화장실이나 가면 다행”이라고 올렸고, 또 다른 네티즌은 “톨게이트 요금이 무료면 뭐하나, 기름값이 세배 드는데”라고도 했다. 차 안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동요를 수백번 불렀다는 이도 있었다.
이들의 이런 반응을 엄살로 보긴 어렵다. 오재환 한국도로교통공사 예보관은 “올해는 귀성 일수가 짧은 데다 무엇보다 추석 전 중부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점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날씨가 궂으면 자연히 차량 속도가 줄고, 휴게소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정체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어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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