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둘째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장관에게 “장래에 원전을 없애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입각한 아들에게 덕담을 건넨 형식이었지만, 원전 재가동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는 다른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고이즈미 장관이 최근 논란이 된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내 오염수 처리 방안과 관련해 어떤 목소리를 낼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5일 이바라키(茨城)현 히타치(日立)시에서 열린 ‘원전 제로’ 집회에 강연자로 나서 아들이 장관으로 입각한 것에 대해 “힘 내길 바란다. 그(신지로)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로 나보다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환경은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자연환경을 중요하게 다뤄서 원전을 없앴으면 좋겠다”며 “(일본을) 자연 에너지로 발전 가능한 국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면서 “환경장관이라서 다행이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반 원전’에 힘을 쏟고 있다. 이로 인해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펴는 아베 총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도 니가타(新潟)현에서 열린 반 원전 집회에서 야권이 지지하는 니가타현지사 후보와 악수를 했고, 야당인 자유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공동대표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원전 반대를 외쳤다.
그는 이날도 총리 재임 당시엔 원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안전성에 의문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은 지진도 많고 쓰나미(지진해일)도 몇십년에 한번은 온다”며 “(원전은) 안 된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유력한 ‘포스트 아베’ 후보 중 한 명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장관은 지난 11일 입각하면서 일본 정치권과 언론들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필요성을 언급해 논란을 빚은 하라다 요시아키(原田義昭) 전 장관의 발언을 의식한 듯, 입각 다음날인 12일 후쿠시마현을 찾는 기민함도 보였다. 이 자리에서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어민들을 만나 하라다 장관의 발언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3일 마이니치(每日)신문 등과의 인터뷰에서 “(하라다 장관의 발언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후쿠시마현 주민들과 함께 해결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원전 운영과 오염수 처리는 경제산업성의 몫이다. 그러나 환경장관으로서 그가 아버지의 바람대로 원전 없는 국가를 지향할지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할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한편, 하라다 전 장관은 13일 페이스북에 오염수의 해양 방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누군가는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자신이 사석(捨石ㆍ버리는 돌)이 되어도 좋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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