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무엇을 남겼나] <8> 미디어전쟁 된 인사검증
딸 신상털기ㆍ한밤중 집앞 대기 등 과잉 취재에 언론도 도마에 올라
‘포르쉐 탄다’ 루머로 신뢰 결정타… 고질적 정파성 드러내며 갈등 심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개인의 도덕성, 자질 시비와 연관해 정치ㆍ사회적 갈등과 논쟁이 빚어졌습니다. 더러는 누적된 사회 현안이기도 했고, 과거 보기 드문 양상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조국 후보자 인사검증을 통해 표출된 정치ㆍ사회 이슈를 점검하는 ‘조국사태 무엇을 남겼나’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는 공정성 문제나 진영 논리, 세대와 계층 갈등, 교육 제도, 미디어 역할 등 10가지 주제를 뽑아 현상을 짚어보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대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밤 10시에 남성 기자 둘이 두드리며 나오라고 합니다.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조국 법무부 장관은 2일 국회에서 열린 후보자 기자간담회 도중 목이 메였다. 딸 조모(28)씨가 사는 오피스텔에 기자들이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는 말을 전하면서다. 조 장관에 대한 핵심 의혹인 자녀 대입 과정과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장학금 수령 문제 취재를 하기 위해 언론이 딸의 사생활까지 침해한 것에 대한 비판과 원망이 담긴 모습이었다.

조 장관의 개인적인 감정을 넘어 조 장관의 지명과 임명 과정은 한국 언론의 현실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제때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언론이 비판 기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려다 과잉경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정책 검증은 뒤로 미룬 채 ‘조 장관 딸이 포르쉐를 탄다’는 식의 흠집내기 보도까지 나와 되레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있다.

조 장관에 대한 언론 보도는 수만 건으로 추산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에 따르면 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달 9일부터 지난 9일 임명되기까지 한 달간 신문 및 방송 54개 매체에서 보도된 기사만도 1만3,940건에 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3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후 취임될 때까지 보도된 양은 1,267건에 불과했다. 빅카인즈가 종합편성(종편)채널 및 인터넷 언론 기사는 제공하지 않을뿐더러 검색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조 장관에 대한 보도가 황 전 장관보다 10배가 넘은 셈이다.

조 장관 지지자는 보도량을 근거로 언론 행태를 비판한다. 명확한 문제 제기가 아닌, 검증되지 않은 의혹만을 되풀이하듯 보도했다는 지적이다. 여당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조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시 ‘논두렁 시계’ 사건 보도 이후 20일, 황 전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20일, 그리고 조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20일 간 보도량을 보면 비교도 못 할 정도로 (조 장관 관련 보도가) 많다”며 “혼란의 한 축은 언론”이라고 비판했다. 표 의원은 “‘의전원 앞 자취방을 다녀간 딸’ 등 자극적이면서 이미지 훼손시키는 보도가 많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저작권 한국일보]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부터 취임까지 보도량. 그래픽=김경진 기자

조 장관에 대한 보도량 폭증은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면도 있다. 조 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개인의 잘잘못을 가리는 차원이 아니었다. 강남좌파로 불리며 오랜 시간 진보진영의 스타 학자로 활약하다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까지 오른 조 장관의 남다른 이력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이는 자연스레 보도량 증가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임기 중간평가로서 조 장관이 도마에 오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온라인 보도 경쟁이 6년 전보다 더 치열해진 점도 무시 못할 변수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겉으로는 조 장관 검증이었지만, 그 안은 정권을 둘러싼 여권과 야권의 프레임 전쟁”이라고 평가하며 “정치 체제 안에 있는 사회적 기관으로서 언론 또한 이 사안을 중대하게 바라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실검 전쟁’ 등 온라인에서 조 장관을 둘러싼 활동이 많았던 점은 대중의 관심과 언론의 상관성이 높았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검찰과 정치권의 발표와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기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언론이 조 장관 검증에 집중하기보다는 특정 집단의 입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인천 남동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검찰이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로 모욕을 줘서 결국 서거하게 만들었다”며 “이번에 피의 사실을 공표하는 사람은 반드시 색출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재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ㆍ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사 자체 취재보다는 누군가에게 전달받은 자료만으로 작성된 기사가 많았다”며 “쓸 가치가 있는 기사를 많이 보도했는지, 깊이 있는 보도가 이뤄졌는지를 언론사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정파성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빅카인즈 검색 결과 후보자 임명부터 취임 때까지 조 장관 관련 보도를 가장 많이 한 종합일간지는 세계일보(1,025건ㆍ이하 온라인 기사 포함)였고, 중앙일보(956건)와 조선일보(825건)가 뒤따랐다. 보수성향으로 알려진 언론이 조 장관 보도에 앞장섰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284건에 불과해, 내일신문(73건)에 뒤이어 낮은 보도량을 기록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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