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인 잠무-카슈미르의 자치권이 박탈된 지 6주째, 현지 주민들은 인도 정부군과 이슬람 무장 반군 사이에서 고통받으며 일상화된 위험을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 자치권 박탈에 반발한 시위대를 군경이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주민들의 죽음이 이어졌지만, 인도 당국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 불안을 조장하려는 무장단체들의 ‘공포 정치’까지 더해지면서 애꿎은 주민들만 피를 흘리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도 정부가 잠무-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박탈한 이후 “궁지에 몰린 주민들은 정부 보안군과 반군 무장단체 사이에 붙잡혀 양쪽 모두로부터 공격받고, 학대와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슈미르는 힌두교인 인도와 이슬람교인 파키스탄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으로, 지난달 5일 인도 정부는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의 폭넓은 자치권과 취업ㆍ진학 등의 혜택을 갑작스럽게 박탈했다.
직후 인도 정부는 기존에 배치된 50만∼60만명에 더해 보안군 수만명을 증파하며 사실상의 ‘계엄령’을 선포했다. 인터넷ㆍ전화 등 민간 통신망은 모두 폐쇄됐고, 휴교령과 시위 금지ㆍ출입 통제 조치가 내려졌다. 곳곳에서 반(反)인도 시위가 벌어졌고, 펠릿건(공기소총)과 최루탄을 이용한 무력 진압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자도 발생했으나, 인도 당국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하고 있다.
인도 당국 발표에 따르면 자치권 박탈 후 약 한 달간 주민 5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15일 영국 BBC 방송은 “이들의 죽음을 두고 당국과 유족의 설명이 엇갈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한 예로 숨진 아스라르 아메드 칸(18)의 가족은 그가 친구들과 크리켓을 하던 중 최루탄과 펠릿건에 머리를 맞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국은 시위대가 군에 던지려던 돌에 맞아서 죽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BC는 또 다른 피해자 2명에 대해서도 유족들은 이들이 최루탄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고 말하지만, 당국은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군경의 폭력에 더해 분리주의 이슬람 무장 반군의 탄압까지 자행되고 있다. 정부 제재는 지난달부터 차츰 풀리기 시작했으나, 이번엔 반군들이 주민들에게 가게 영업ㆍ출근 등을 금지시키며 통제에 나서고 있다. 현지 상황이 차츰 정상화되면서 반정부 시위의 동력과 주민들의 분노가 약화되자, 일부러 현지의 일상과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려 한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평범한 일상이 간절했던 주민들이 하나 둘 가게 문을 열기 시작하자 반군들은 급기야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엔 가게를 열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한 도매상 굴람 모하마드(60)가 집을 급습한 조직원 3명의 총에 맞아 숨졌다. 또 지난 6일에는 두 살배기 아스마 자안이 부유한 사과 상인인 할아버지를 찾아온 무장단체에게 총격을 입어 큰 부상을 입었다.
정부와 반군, 양쪽으로부터 시달린 카슈미르 주민들은 이제 어느 쪽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카슈미르 최대 도시인 스리나가르 공항에서 일하는 아시프 마제브 다르는 “자치권 박탈 조치 전에는 무장 세력을 지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변하고 있다”라며 정부에 반감을 드러냈다. 반면 스리나가르의 호텔 웨이터인 아르샤드 아흐메드는 ‘아스마 자안 피격 사건’을 거론하며 “이들 무장 세력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제 누가 그들의 편을 들겠나”라고 반문했다고 NYT는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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