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무엇을 남겼나] <7> 다시 불거진 청문회 무용론
靑 사전검증ㆍ핵심증인ㆍ자료제출ㆍ정책검증 등 4가지 없어 ‘눈살’
美 백악관은 모든 정보기관 동원, 후보자 가족ㆍ전과 등 샅샅이 검증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 등이 10일 오전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히겠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이 같은 말을 달고 살았다. 딸 입시 특혜, 가족 사모펀드, 가족 소유의 웅동학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청문회에서 자질을 검증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일 열린 청문회는 자질 검증은커녕 의혹 해소의 장조차 되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의 부실한 인사검증과 국회 인사청문회 시스템의 민낯만 여실히 드러냈다.

‘맹탕’ 청문회는 예견됐던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라는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열린 청문회였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후보자 방어에만 열을 올렸고, 야당 의원들은 전략 없이 기존 공세만 되풀이했다. 여야가 합의한 11명의 증인 중 청문회 당일 출석한 이는 80세를 넘긴 김형갑 웅동학원 이사가 유일했다. 조 장관은 질병 사유로 휴학한 딸 조모(28)씨의 특혜 장학금 의혹을 풀어줄 병원 진단서 대신 조씨의 페이스북 캡처본을 제출했다. 청문회 무시 풍조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사전 인사검증 △의혹을 풀어줄 핵심 증인 △자료 제출 △정책검증 등 ‘네 가지가 없는’ 청문회였기에 예고된 참사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와대가 인사검증 단계에서 각종 의혹을 사전에 걸렀다면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는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서는 초유의 사태도 없고, 신상털이식 검증 대신 정책검증도 활발하게 이뤄졌을 거라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먼저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비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청와대 차원에서 좀 더 철저한 비공개 사전검증을 하고, 검증자료를 국회와 공유함으로써 공개 청문회는 정책 질의로 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청문회장에서 의원들이 윽박을 지르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일도, 후보자가 “모르는 일이다”,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일도 목격하기 어렵다.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전담하는 우리와 달리, 청문회 제도가 발달한 미국 백악관은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공직자윤리국(OGE) 등 모든 수사ㆍ정보기관을 총동원해 후보자의 가족문제, 세금납부 기록, 금융거래, 전과, 소송 여부, 경범죄 위반 기록 등을 샅샅이 뒤진다. 기본 검증 항목만 230여개, 검증 기간만 2~3개월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이번 조 장관 검증 국면에선 청와대가 자기 식구에는 관대한 검증을 했다는 의문이 적지 않았다.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이 임명된 지 2주 만에 전임 민정수석이던 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됐기 때문이다. 김병민 경희대 겸임교수는 “가족 사모펀드 논란이나 딸 입시특혜는 언론이 과도하게 파헤친 것이 아니라 인사검증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질 있는 것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마치고 선서문을 여상규 법사위원장에게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맹탕 청문회’ 만든 무능한 국회

청문회 무용론으로까지 번진 이번 사태는 오만한 청와대와 무능한 국회의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회가 견제한다’는 청문회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린 여야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김병민 교수는 “자유한국당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인사청문 기간(인사청문요청안 제출 후 20일 이내)에 맞춰 청문회를 실시할 의무가 있는데도 그 기간을 지연시키면서 어떻게 하면 자당에 이익이 될지 잰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역시 1차 인사청문 기간이 끝나자마자 추가 협상 여지도 주지 않고 ‘청문회가 무산됐다’고 서둘러 선언, 조 장관에게 ‘언론 간담회’라는 판을 깔아주며 청문회를 대체하려고 했다. 스스로 의회 역할을 축소시킨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본질적으로 청문 제도라는 것은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라며 “청문회 무용론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제도가 문제라기보다는 실행 주체들이 제도를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쟁을 피하려면 결국 문제가 될 만한 인사는 사전검증 단계에서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미국처럼 청와대의 검증 자료를 국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한다든가, 사전검증 기간을 법제화하는 것도 청문회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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