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다수의 일본인은 한국에 대해 분명한 호불호(好不好)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호불호를 뚜렷하게 밝힌 이들 가운데 “한국이 싫다”는 응답이 “좋다”는 응답을 압도했고, 이러한 기류는 중장년층과 남성 응답자들에게서 더 명확히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 내 혐한(嫌韓) 시위 참가자와 혐한을 선동하는 잡지와 TV 와이드쇼의 주요 소비층이 중장년층 남성이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14~15일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에 대한 호불호를 묻는 질문에 “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응답이 과반인 56%였다. “좋다”는 응답은 13%였고 “싫다”는 29%였다.
연령별로 보면 젊은 층에선 상대적으로 한국에 호감을 보였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싫다”는 응답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18~29세 응답자의 경우 한국에 대해 “좋다”는 응답은 23%로, “싫다”는 응답(13%)보다 많았다. 30대의 경우 “좋다”는 응답(17%)과 “싫다”는 응답(21%)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40대에선 “싫다”(25%)가 “좋다”(12%)를 두 배 이상 압도했고, 70세 이상에선 “싫다”는 응답이 41%에 달했고 “좋다”는 7%에 그쳤다.
남녀 간 차이도 있었다. 여성 응답자의 경우 18~29세와 30대 그룹에서 “좋다”가 20% 이상을 기록해 “싫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반면 남성의 경우 40대부터 “싫다”는 응답이 “좋다”는 응답을 크게 앞질렀고, 50대 이상에선 “싫다”는 응답이 40%였다. 중장년층의 남성일수록 한국에 대해 호감보다는 혐오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일본에서 개최되는 혐한 시위 참가자 다수가 중장년층 남성이고, 최근 혐한을 선동하는 주간지와 TV 와이드쇼의 주요 소비층도 중장년층 남성이란 점과 일치한다. 지난 2일 혐한 특집기사를 내 뭇매를 맞은 주간지 ‘주간 포스트’의 표지에 “한국 따위는 필요 없다”라는 선정적인 기사 제목이 함께 배치된 것은 주요 독자층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13일 발간된 주간지 ‘금요일’은 혐한을 부추기는 일본 미디어의 문제점을 소개하면서 이들의 주요 소비층이 한국을 싫어하는 중장년층 남성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들의 특징에 대해 “고도 성장기부터 버블 붕괴에 이르는 ‘아시아에서 일본이 승리를 독차지하던 영광의 시대’를 겪으며 일본인이라는 우월감을 맛본 세대”라며 “경제 우위를 상실하는 현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과거 일본보다 못했던 한국을 적대시하거나 깔보는 잡지 기사를 읽는 게 과거의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란 것이다. 지상파 TV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된 일본인의 우월성(대단함)을 강조하는 ‘자국 예찬’ 코너들도 ‘잃어버린 우월감’을 되찾고 싶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분석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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