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피스텔로 숨어든 성매매… “포주ㆍ임대인ㆍ중개업자 ‘3각 커넥션’ 타고 번져”
알림

오피스텔로 숨어든 성매매… “포주ㆍ임대인ㆍ중개업자 ‘3각 커넥션’ 타고 번져”

입력
2019.09.30 04:40
수정
2019.09.30 16:24
5면
0 0

[옆집이 성매매 오피스텔] 단속 경찰 인터뷰

“주인은 ‘깔세’로 더 비싼 월세 받고, 부동산업자도 소개료 후해 짬짜미”

“유착 끊는다고 근무 ‘2년’ 제한, 노하우 쌓일만하면 전출돼 업주 적발 어려워”

[저작권 한국일보]성매매 수사 베테랑인 서울경찰청 소속 A팀장(경감)이 오피스텔 성매매 현장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적발된 현장의 화장실의 조명이 붉은 색인 것이 눈에 띈다. 이혜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성매매 수사 베테랑인 서울경찰청 소속 A팀장(경감)이 오피스텔 성매매 현장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적발된 현장의 화장실의 조명이 붉은 색인 것이 눈에 띈다. 이혜미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20층 이상 오피스텔은 사실상 전 층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예요. 하루는 저희 팀이 단속을 하는데, 위층은 관할 일선경찰서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었다니까요.”

성매매 단속과 수사에 잔뼈가 굵은 서울경찰청 소속 A팀장(경감)은 성행하는 오피스텔 성매매의 중심에 알선업자와 오피스텔 임대인, 부동산 중개업자의 ‘삼각 동맹’이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드나드는 사람이 많고 단기 계약이 가능한 오피스텔은 알선업자가 불법 성매매 행위를 숨기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고, 부동산 중개업자와 오피스텔 주인은 계약을 성사해 월세만 제때 받으면 그만인 터라 번화가 오피스텔이 성매매 온상이 된 건 필연적 결과라는 의미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신변종 성매매’라는 수식어를 달고 등장해 10여년간 이어진 오피스텔 성매매의 현 주소는 어떠할까. 현장에서 성매매 알선업자와 끝이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를 지난 10일 수사팀 사무실에서 만났다. 향후 단속과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이름과 나이 등 개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후 집결지는 대부분 철거됐는데.

“과거 청량리, 영등포 등 집결지와 달리 최근 강남구, 마포구, 강서구 오피스텔에 넓게 퍼져 음성적으로 영업을 이어 가고 있다. 대체로 수요자가 20~40대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암수범죄(실제로 발생했지만 공식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라 전체 산업 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유동 인구가 많고 회사가 모여 있는 업무지구 중심으로 오피스텔 성매매가 여전히 성업하고 있다.”

-최근 성매매 경향은.

“오피스텔 성매매 업자끼리도 고객 유치 경쟁이 붙는다. 점점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을 찾는 성매수자를 위해 다양한 종류와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외국인 성매매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태국인 출장 성매매 일당 18명을 검거했는데, 고작 3,4개월 동안 사용한 장부에는 3,000번의 성매매 기록이 있었다. 태국인들은 3개월 동안 관광비자로 들어와 그 기간에 바짝 돈을 벌고 귀국한다.

단속이 강화되자 이제는 오피스텔 성매매는 빌라촌과 주택가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경찰의 레이더망에 오른 몇몇 오피스텔은 주기적으로 단속이 이뤄지고, 대부분 고급 오피스텔엔 폐쇄회로(CC)TV가 잘 갖춰져 있어 적발이 쉽기 때문이다.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 테헤란로 변 오피스텔에서 영업하던 업자들이 대로 남쪽 빌라촌으로 넘어간 것을 포착했다. 오피스텔에 비해 월세도 싸고, 관리도 비교적 허술하다 보니 주택가까지 흘러 들어 왔다.”

[저작권 한국일보] 성매매 수사 베테랑인 서울경찰청 소속 A 팀장(경감)이 오피스텔 현장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적발된 현장에 놓여진 티슈와 마사지젤 등 성매매 물품. 이혜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성매매 수사 베테랑인 서울경찰청 소속 A 팀장(경감)이 오피스텔 현장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적발된 현장에 놓여진 티슈와 마사지젤 등 성매매 물품. 이혜미 기자

-주거 지역까지 침투했다면 단속이 더 힘들 듯한데.

“간판 없이 영업하는 현장을 덮치려면 손님으로 위장하거나 정확한 제보를 받는 방법 밖에 없다. 최근엔 업주들도 진짜 손님과 경찰을 가려내기 위해 굉장히 지능화했다. 예약 전화를 하면 과거에 다녀온 업소를 물어보는 식인데,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의 고객 번호 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인 ‘골든벨’이나 유사 앱에서 신원을 조회한 후 손님으로 받는다. 지난해 남자친구나 남편의 성매매 업소 출입 기록을 확인해주고 돈을 받아 경찰에 덜미가 잡힌 일명 ‘유흥탐정’도 골든벨을 기반으로 했다. ‘신분증이나 명함을 보내라’는 경우도 있는데, 놀랍게도 실제 본인의 신분증을 보내면서까지 성매매를 한다.”

-알선업자가 오피스텔 성매매에 뛰어드는 까닭은 뭔가.

“무엇보다 초기 자본금이 적게 든다. ‘깔세(보증금 없이 시세보다 비싼 월세로 단기계약 하는 형태)’로 방을 임대해 2,000만원만 있어도 서너 호실을 돌릴 수 있다. ‘밤의 전쟁’ ‘아찔한 달리기’(최근 운영자 검거) 같은 불법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서 홍보해 손님을 유치한다.”

-깔세 같은 부동산 계약 형태가 성매매에 악용될 여지가 큰가.

“오피스텔의 호별 실소유주는 부동산에 임대계약부터 주택관리까지 모든 것을 위탁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수 차례 바뀌는 동안 얼굴 한번 대면하지 않고도 월세를 또박또박 받는다. 경찰이 단속을 한 소유주에게 ‘당신이 세를 준 임차인이 성매매 영업을 했으니 계약해지 하라’고 통지하지만 큰 효과가 없다. 당초 계약이 3개월 단기라, 적발되면 그냥 다른 오피스텔을 구해 나가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를 처벌할 수는 없나.

“성매매특별법상 장소를 제공한 혐의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다. 간혹 중개업자도 기소의견으로 송치된다. 문제는 집을 보러 온 사람이 성매매 관련자임을 알면서도 오피스텔을 중개했다는 걸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시세보다 비싼 단기 깔세는 (후한 소개료 등) 부동산에도 손해될 것이 없는 계약 형태라 알선업자와의 상생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회전율도 3개월 주기로 짧다. 알선업자와 연관된 중개업자도 입건할 수 있으면, 성매매 범죄 발생이 훨씬 줄어들 걸로 본다.”

-경찰과 성매매 업자와의 ‘유착’ 의혹이 시시때때로 불거지는데.

“경찰 내부망 ‘폴넷’에서도 전국 풍속단속계 경찰의 얼굴 사진과 전화번호가 모두 삭제됐다. 과거 단속 경찰의 사진과 전화번호, 단속 차량 번호 등을 다른 경찰이 업자들에게 유출한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유착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자체적으로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제도적 방편을 마련했다. 풍속단속계 수사팀에는 최대 2년(서울 1급서 기준)만 있을 수 있다. 중간중간 적격심사를 하고, 들어올 때도 내부적으로 신원 조사를 철저하게 해 검증한다. ‘성매매 단속 업무만 20년 경찰’ 같은 경력이 현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장에서 특히 체감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노하우’가 쌓이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한계다. 수사 경력자들은 2년만 근무할 수 있는 풍속수사팀 근무를 꺼린다. 경력이 단절되는 데다 특진 같은 보상도 없어 기피부서가 돼 버렸다. 업자들은 단속을 피하거나 적발되면서 경험이 쌓이고, 주변 업자와 정보를 공유하며 계속 진화하는데 경찰은 2년마다 경험이 ‘리셋(resetㆍ다시 시작)’ 되고 있는 셈이다. 검거된 업자들 휴대폰에서는 ‘단속됐을 때 대처요령’ 같은 가이드라인까지 발견된다. 막상 경찰 내에서는 ‘다른 사건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성매매에 밤낮없이 매달리고, 국민으로부터 유착 의심을 받으면서까지 일해야 하느냐’는 인식에 지원자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