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에 대한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폭등했던 국제유가가 17일(현지시간) 진정세를 보였다. 국제유가는 이날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원유 시설의 생산이 이달 말까지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라는 사우디 당국의 발표가 나오자 폭등을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1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7%(3.56달러) 하락한 59.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대륙간거래소(ICE)의 브렌트유 11월물도 오후 2시40분 현재 배럴당 6.56%(4.53달러) 떨어진 64.4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각각 14.7%, 19.5% 상승한 것에 비해서 기세가 꺾인 것이다.
유가의 하락 반전은 사우디 정부의 기자회견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빈살만 석유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이틀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손실된 생산의 절반 이상을 회복했다”며 “석유 비축량을 끌어와 피격 전 공습 수준을 그럭저럭 회복할 수 있었고 이달 고객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유 공급을 공습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달과 다음달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989만배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까지 원유 생산을 하루 1,100만배럴로 끌어 올리고, 오는 11월 말까지는 1,200만배럴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도 여전히 복구 작업을 추정하는 과정에 있지만, 회사의 전체 규모로 볼 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나세르 CEO는 이어 이달 말까지는 공격을 받기 이전의 생산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현재 아람코가 보유한 원유 재고량이 6,000만배럴 이상”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메시지도 유가 진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는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고 밝힌 뒤 “우리는 누구보다 준비돼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확실히 그것(전쟁)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군사적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한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은 동맹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우리는 장전 완료(locked and loaded)됐다. 실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17일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연설에서 이란이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인다며 미 정보 당국이 세부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란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면 이란이 선동한 일련의 긴장고조 중 가장 최근의 일이 될 것이라며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려고 공격을 감행했다면 그 전략은 실패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서 유화적 입장을 보였지만 펜스 부통령은 되레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또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번 공격에 대해 카운터파트를 만나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사우디를 방문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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